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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라 Jun 18. 2023

제대로 된 관점안경을 써라

긍정적 관점을 가진 부모가 긍정적인 양육을 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앞에서 다룬 욕구 차이, 시대 차이, 입장 차이의 원인도 있지만, 부모와 자녀의 차이를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는 부모와 자녀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서로의 유전자가 99.9% 일치하더라도 부모와 자녀는 100% 다른 인격입니다. 다른 인격이라는 말은 생각도 다르고, 느끼는 감정도 다르고, 생각하는 체계인 관점도 다르다는 뜻입니다. 임상 심리학자인 라라 E. 필딩(Lara E. Fielding)은 저서 [홀로서기 심리학]에서 홀로서기를 한 건강한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합니다. 자기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의 안경을 쓴 채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내리는 해석에 그리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타인이 내리는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자기 비난에도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또 자기 허물이나 못난 모습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합니다. 따라서 기분과 행동에 기복이 없습니다. 일정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상식적으로 행동하지요.     



여기에서 표현된 안경이 바로 관점입니다. 나와 타인이 다른 인격이고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인격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와 다른 인격인 것을 인식하고 계신가요? 여러분과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여러분의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계신가요?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실제 자녀를 대할 때는 자녀가 여러분과 같은 인격인 것처럼 대하지는 않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관점은 동양적 관점일까서양적 관점일까?     


문화심리학의 거장 리차드 E. 니스벳(Richard E. Nisbett)은 동서양의 문화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가 어떻게 다른지 연구했습니다. 먼저 아래 그림을 보고 답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두 개의 그림 중에 소와 연결할 수 있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어떤 그림을 묶으셨나요? 소와 풀을 연결하셨나요? 소와 닭을 연결하셨나요? 


동양인들은 상호관계를 중시해서 소와 풀을 묶습니다. 소가 풀을 먹으니까요. 

서양인들은 개체의 종류에 따라 소와 닭을 연결합니다. 둘은 동물이니까요. 


우리 한국인은 동양적 관점을 가지고 자랍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아주 어린 유아들도 동서양에 따라 성인과 같은 답을 하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문화 안에서 배우는 관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서양 부모들보다 더 많은 희생을 기꺼이 하며, 동양 자녀들도 서양 자녀들과 비교하면 부모에게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래 두 그림에서 가운데 있는 사람은 행복해 보이나요? 


 

그림 A
그림 B


여러분이 보실 때는 A와 B 그림에 있는 가운데 사람이 행복해 보이나요? 사실 A와 B 그림의 가운데 사람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A와 B의 가운데 사람이 모두 행복하다고 대답했고, 동양인들은 A의 사람은 행복하지만, B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 때문입니다. 서양인들은 개체를 분리해서 보지만, 동양인은 전체를 보며 서로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체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동양인들은 실제 자신은 힘들지 않은데, 옆에 있는 자녀가 힘들어하면 부모도 덩달아 힘들어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감정과 생각도 공유하고 동일시하곤 합니다. 


그래서 자녀가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유독 힘들어합니다. 아이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는 사춘기 시기에 부모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자녀와 부모의 생각이 불일치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청소년기에 독립적으로 자라가는 자녀의 모습을 관계성과 전체 조합을 중요하게 보는 동양적 관점을 가진 부모는 조화가 깨지는 위기로 판단합니다.  

   

어떤 우주선이 가장 앞에 있나요?      

                                


이 문제는 어떤 답을 하셨나요? 제일 큰 우주선을 고르셨나요? 아니면 제일 작은 우주선을 고르셨나요? 


동양인들은 제일 큰 우주선을 골랐습니다. 동양인은 모든 것이 결국 본인 자신에게로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시선이 그림 아래에 있어 제일 큰 우주선이 앞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인들은 반대로 제일 작은 우주선이 제일 앞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물은 본인으로 출발하여 어딘가에 있는 종착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동서양의 관점의 차이는 자녀 양육에서도 드러납니다. 자녀를 훈육할 때, 동양인들은 주로 집을 나가라고 합니다. 종착지가 본인이므로 나로부터 멀리 보내는 방법으로 벌을 주는 것입니다. 서양인들은 어떨까요? 종착지가 있는 외부의 어딘가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합니다. 결국, 아이가 종착지에 도착하지 못하게 막는 것으로 훈육을 합니다. 단, 방향이 다릅니다.


동서양의 관점 차이에 우위는 없습니다. 다만, 동양적인 관점이 자녀와 부모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면 우리의 관점을 인식하고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부모님이 하는 말과 행동, 태도에 동양적인 관점이 얼마나 되는지 의도를 가지고 관찰하면 자녀와 관계가 어려운 원인이 자녀와 나를 동일시하며 연결하는 동양적인 관점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실 겁니다.     



빨간 사과는 왜 빨간 사과일까?     


하루 평균 사람이 하는 생각은 5~6만 가지 정도 됩니다.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말입니다. 이렇게 많은 생각은 관점을 통해 해석됩니다. 생각에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이 없습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점이 생각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해석을 합니다. 어떤 관점을 가졌느냐에 따라 같은 생각과 같은 감정에 대한 해석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해석의 수는 전 세계 인구수와 같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비슷할 수는 있으나 같은 관점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좋은 관점을 갖는다면 생각도 감정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거로부터 해왔던 생각들과 느꼈던 감정들을 다른 말로 경험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으로 해석된 경험이 많아지려면 초점이 잘 맞는 안경을 끼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초점이 잘 맞는 안경을 낄 수 있을까요? 빨간 사과를 빨간 사과라고 부르는 이유는 빨간색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빨간색은 거의 없습니다. 빨간색과 비슷한 계열의 갈색이나 주황색, 심지어 노란색이나 초록색과 같이 다양한 색이 보입니다. 그런데도 사과 전체를 보면 빨간색으로 보입니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감정들과 어우러져 다양한 색을 띱니다. 좋게 생각되는 경험들과 행복한 감정이 많으면 긍정적인 관점을 형성하게 되고, 나쁘게 생각되는 경험들과 불쾌한 감정이 많으면 부정적인 관점을 형성하게 됩니다. 관점에 관한 우리의 목표는 좋게 생각하는 경험과 기분 좋은 감정의 색깔을 늘리는 것입니다. 생각과 관점은 상호작용하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생각들을 좋게 해석하다 보면, 생각을 좋은 방향으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방향의 생각들은 긍정적인 관점을 더욱 강화하게 됩니다.     


2015년 픽사에서 제작한 ‘인사이드 아웃’은 사춘기를 보내는 주인공 랄리의 마음에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혐오의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영화입니다. 영화 중에 기쁨이와 슬픔이가 같은 경험을 다르게 기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랄리가 중요한 하키 경기에서 결정골을 넣지 못해 좌절하고 힘들어한 경험이 있습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와서 랄리를 위로해주어 다시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쁨이는 이 경험을 친구들과 부모님에게 격려를 받은 행복했던 기억으로 간직했습니다. 반면, 슬픔이는 경기에서 실책을 한 슬픈 기억으로 간직했습니다. 좋은 생각과 행복한 감정만 느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면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경험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동으로 판단하는 사고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게 평가를 받은 긍정적인 경험이 많을수록 현재와 미래에 경험들을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지면 행동과 태도에도 긍정성이 배어 나오게 됩니다.    


 

긍정적인 관점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몇 년 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서 한 어머니가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자녀를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질문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어서 스님이 어떤 좋은 방법을 소개해 주실 가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못 고쳐.’라고 아주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럼, 아이가 욕을 할 때마다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한데 계속 참아야 하는지 다시 질문하자, 그제야 눈이 번쩍 뜨이는 답을 해주셨습니다. 


질문자의 친정어머니가 어린아이를 키워주셨는데, 평소에도 욕을 좀 하시는 분이셨나 봅니다. 그리고 질문한 어머니도 자녀를 키우면서 욕을 하셨대요. 스님의 말씀인즉슨 어릴 때 노출된 욕은 언어로 프로그래밍이 끝났다는 겁니다. 나중에 배운 욕은 고칠 수 있지만, 언어처럼 배운 욕은 고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 쟤가 나와 우리 엄마를 닮아서 욕을 언어처럼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가 욕을 해도 그냥 말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엄마가 화를 낼 필요가 없겠지요.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언어처럼 말하는 욕을 고치기 위해 ‘얘야,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좋은 말을 하자.’라고 계속 가르쳐 주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면 듣는 아이도 잔소리로 듣지 않고, 엄마에게 화를 내며 대들거나 반항하지 않고, 조언으로 듣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과 제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있는 관점 바꾸기 여행입니다. 이미 형성된 여러분의 관점을 조금만 바꿔서 ‘욕이 아니라 언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가 반항하는 것을 보니 ‘자기 생각을 표현할 정도로 컸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말을 안 하면 ‘뭐가 불편하고 힘든가 보다.’라고 여기면 됩니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면 ‘독립할 준비가 되었네.’라고 기뻐하면 됩니다.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작거리면 ‘집중력이 좋구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자녀를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으로 바뀌고 나면 가장 좋은 점은 부모님들이 전에 자녀의 문제행동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자녀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게 됩니다. 자녀도 부모님이 화내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까 태도가 부드러워지겠지요? 부모와 자녀 관계가 회복되면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부모가 도와줄 수 있고, 자녀는 그 도움을 기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익한 것은 긍정적인 관점을 가진 부모님 아래서 자란 아이가 긍정적인 관점으로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긍정적인 관점을 갖는다는 것이 무조건 덮어두고 좋게 생각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부모님들의 훈육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위험하거나 어긋난 선택과 행동을 할 때는 바로 잡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잘못했는데도 묵인하고 용납하는 것은 방임적 양육방식이지, 긍정적인 관점이 아닙니다. 


아이가 부모와 다른 인격임을 인식하고,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긍정적인 관점의 출발입니다. 아이가 내린 해석이 부모가 한 해석과 다르더라도 수용하는 것이 긍정적인 관점입니다.


상황과 기분이 달라도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이를 대할 수 있는 것이 긍정적인 관점을 가진 부모의 특징입니다. 아이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으며 끝까지 응원해주는 것이 긍정적인 관점을 가진 부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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