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과 애착, 자아정체성 지위 형태로 살펴보는 내 아이
사람은 타고난 성격과 기질, 부모에게 받은 양육방식 등을 토대로 사고방식, 삶의 태도,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합니다. 아이들도 인사하는 법, 식사하는 법, 씻는 법, 옷을 입는 법과 같은 생활습관부터 생각하는 법, 문제에 대응하는 법, 삶의 가치를 정하는 법 등 사고방식까지 부모님으로부터 배우며 성장합니다.
각 발달단계에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발달이 있습니다. 영유아기 때는 신체와 언어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아동기 때는 사회성과 인지 발달에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기 때는 정서와 심리, 자아정체성 발달이 잘 이루어지는지 살펴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자라기는 하지만 뇌 발달에 맞추어 시기마다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발달 과업들입니다. 그리고 그 발달 과업을 이루어가는 중에 나타나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사춘기 자녀를 보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점들은 발달 과업을 이루는 청소년기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타고난 기질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만의 고유한 기질이 보입니다. 어른들께서 흔하게 말씀하시는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가 이 기질을 뜻합니다. 영유아기 때 선명하게 드러나던 기질은 아동기가 되면 희미해집니다. 아동기는 사회화를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의식해서 불편한 것을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청소년기가 되면 다시 자신만의 기질이 행동과 말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청소년기에 뇌의 2차 발달이 이루어집니다. 뇌 발달을 이루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간 배워서 사용하던 사회화 기능을 유지할 힘을 뇌 발달과 신체발달을 하는 데 사용합니다. 그래서 애써 해야 하는 사회화 기능은 약화 되고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아이의 고유한 기질이 다시 보이게 됩니다.
즉각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처리하는 뇌인 편도체는 사춘기에 이미 완전하게 발달합니다. 그에 비해 사고와 문제 해결, 계획을 수립하는 전전두엽은 발달속도가 더딥니다. 그렇다 보니 편도체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미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들은 감정과 본능에 더욱 충실하게 대처합니다. 이때, 원래 가지고 태어난 기질은 더욱 두드러지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클로닝거(C. R. Cloninger) 교수는 심리생물학적 인성 모델을 기초로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검사를 만들었습니다. 이 검사는 개인의 기질과 성격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기질을 측정하는 4개의 항목과 성격 측정하는 3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검사입니다. DISC 검사와 같이 무료로 해볼 수 있는 온라인 자료는 없습니다. 검사를 하기를 원하면 병원이나 상담소 같은 전문기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검사한 기관에서 상세한 설명도 함께 진행되어 자녀의 기질과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4개의 기질 항목을 살펴보면서 우리 아이는 어떤 기질에 가깝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해해보도록 하죠.
어떤 사람도 한 가지 기질만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모든 기질 항목을 가지고 있지요. 다만, 더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기질을 주 기질이라고 보면 됩니다. 같은 기질이더라도 점수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100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기질의 점수가 90점 나온 사람과 60점 나온 사람은 50점 이상이므로 둘 다 같은 기질로 표시됩니다. 그러나 실제 일상에서 보이는 기질은 30점이나 나는 점수 차이처럼 크게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세세한 차이까지 다루려면 검사와 해석을 전문가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4가지 기질의 특성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기질 항목은 새로운 것을 보면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기질인 ‘자극 추구’ 항목입니다. 이 항목이 높은 경우에는 아이가 매사에 열정이 많으며 경쟁과 성취를 좋아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경쟁심이 높다 보니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나 자기 뜻대로 안 될 때는 분노를 쉽게 표출하기도 합니다. 자극 추구 기질을 보이는 아이는 남과 하는 경쟁이 아닌 나 자신의 임계점을 뛰어넘도록 격려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가진 왕성한 호기심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원동력으로 사용하고, 열정 에너지를 자신이 성장하는 데 사용하도록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 번째 항목은 ‘위험 회피’입니다.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을 회피하는 기질입니다. 위험 회피 항목 점수가 높은 아이는 꼼꼼하고 예민한 기질을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기질을 가진 아이는 공포와 두려움을 많이 느끼고 자신의 행동도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가 마음을 안정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습니다. 까다로운 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유형의 아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민함을 민감성으로 역이용하여 창의적인 방법으로 성공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사 대표였던 스티브 잡스입니다. 환 공포증이 심했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예민한 기질을 가졌습니다. 자기의 공포증이 버튼 없는 아이폰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친밀감과 애착 등 사회적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민감성’ 항목입니다. 이 기질을 가진 아이는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성이 높아서 친구들도 많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게 하는 편입니다. 다만, 항목의 이름처럼 사회적 민감성이 너무 높을 때 다른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거나 타인의 감정에 휘둘릴 수도 있습니다. 성숙한 방법으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상대와 자신을 존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만 조절하면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잘 자라게 됩니다.
마지막 항목은 ‘인내력’입니다. 외부적 강화나 보상이 없이도 일정 시간 동안 성취라는 장기 보상을 위해 행동을 지속하는 유형입니다. 이 기질을 가진 아이는 현재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됩니다. 만족 지연을 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한 개를 더 받을 수 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학령 전 유아들이 이 실험의 참가자였습니다. 실제 15분 동안 잘 참아서 한 개의 마시멜로를 더 받았던 아이들을 추적한 결과, 청소년기에 SAT 점수와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속 연구에서 거의 50세가 된 실험 참가자 중에 어릴 때 15분 인내하는 데 성공한 참가자들이 15분을 참지 못했던 참가자들에 비해 건강상태가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인내력이 강한 이 기질의 아이는 학교 폭력이나 범죄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좀 참으면 지나가겠지.’라는 생각며 참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기질적으로 강도 높은 상황을 잘 버티는 아이에게 위험하고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어릴 때 형성된 애착
애착은 주 양육자를 통해 아이가 세상이 믿을만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을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주위를 탐색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착은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기초입니다. 발달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는 주 양육자인 엄마가 잠시 방을 나갔다 돌아왔을 때 18개월 된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였습니다. 관찰한 아이의 반응에 따라 3가지 애착 유형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안정 애착입니다. 엄마가 방을 떠났을 때 잠시 당황하지만 금세 안정을 찾고, 돌아온 엄마를 기쁘게 맞이하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주위에 있는 사물이나 사람을 편하게 대하며 다가갑니다. 엄마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라면서 엄마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잘 찾고 즐겁게 살아갑니다.
두 번째는 저항 애착입니다. 엄마가 떠나면 몹시 고통스러워하고 불안해합니다. 엄마가 다시 방에 돌아와도 쉽게 진정이 안 되어 엄마에게 딱 달라붙거나 소리를 지르는 유형입니다. 흔히 껌딱지라고 표현되는 아이들이 이 유형에 속합니다. 저항 애착을 가진 아이는 늘 화가 납니다. 엄마가 떠날 때 느낀 불안과 배신감이 아이를 자극합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대화도, 공부도, 심지어 먹고 자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회피 애착입니다. 엄마가 떠날 때도 돌아왔을 때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도움도 엄마에게 요청하지 않는데, 그간 아기가 엄마에게 적절한 지지와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으므로 이런 반응을 합니다. 회피 애착을 가진 아이도 엄마를 믿지 못하고 그로 인한 분노가 많습니다. 그러나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는 저항 애착과 달리 회피 애착을 가진 아이는 내면으로 분노를 누르면서 공허하고 우울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학업에 임하거나 또래 관계를 원활하게 형성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안정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것 같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사춘기 때, 혹은 성인이 되어서도 주위 가까운 사람과 신뢰를 쌓으면 불안정 애착을 안정 애착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대신 처음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공도 들여야 합니다. 좋은 사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승민이 엄마는 아이가 어릴 때 남편과 이혼을 했습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일을 하는 승민이 엄마를 대신해서 외할머니가 승민이를 돌봐주셨습니다. 문제는 승민이가 아빠를 참 많이 닮았다는 겁니다. 외할머니는 딸을 힘들게 만든 승민이 아빠가 미웠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승민이를 볼 때마다, 승민이 아빠 생각이 나서 승민이에게 욕도 하고 아이를 때리기도 하셨습니다. 승민이 엄마는 온종일 일을 하고 늦게 돌아오니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고요.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할머니의 손이 점점 덜 필요한 시기가 왔지요.
한번은 승민이 엄마가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외할머니에게 승민이를 부탁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승민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벽에 머리를 찧기 시작했습니다. 승민이 엄마는 너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덩치가 엄마보다 큰 아이를 끌어안고 같이 울었답니다. 한참이 지나 진정이 되고 왜 그랬냐는 엄마의 울음에 승민이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모자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승민이 엄마는 승민이에게 그동안 일을 몰라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친정엄마와 승민이가 만나지 않도록 조치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을 바꿔서 아이와 보낼 시간을 늘렸습니다.
사춘기가 찾아온 승민이가 감정을 폭발시킨 덕분에 문제가 드러난 좋은 예입니다. 아프고 속상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후 주눅 들어있던 승민이가 웃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성적도 좋아지고 교우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어릴 때 잘못 형성된 애착도 인생의 어느 시점이든 신뢰할 사람만 만나면 고칠 수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유연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의 최대 과업 ‘자아정체성 확립’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그의 발달단계이론 중 5단계에 속하는 청소년기를 정체감 대 역할 혼미라고 정의했습니다. 청소년기에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면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내가 누구이고 왜 사는지에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성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사춘기 자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발달 과업은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입니다.
심리학자 제임스 마시아(James Marcia)는 청소년기 자아정체성 지위 형태를 4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세로축의 기준이 되는 것은 탐색입니다. 위로 갈수록 탐색을 많이 한 경우이고, 아래로 갈수록 탐색을 적게 한 경우입니다. 가로축은 몰입의 정도입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몰입을 많이 경험한 경우이고, 왼쪽으로 가까울수록 몰입의 경험을 적게 한 경우입니다. 오른쪽 위는 ‘정체성 확립’ 상태입니다. 자기가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도 많이 해봤고, 좋아하는 일을 몰입하는 경험도 많이 해보면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부모나 권위자가 지정해준 것이 아닌 아이 자신이 스스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한 경우입니다.
반면, 왼쪽 아래는 탐색도, 몰입의 경험도 적은 ‘정체성 상실’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 속한 아이들은 자신이 아닌 부모나 권위자에 의해 정체성을 강요받은 경우입니다. 억지로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을 받았기 때문에 온전히 자기 스스로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인지 위기를 느끼며 해결한 게 아니므로 아이는 정체성을 상실합니다. 자기의 몸과 생각이 내 것이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르고 선택할 권한도 없는 경우입니다.
왼쪽 위는 ‘정체성 유예’ 상태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은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탐색했던 일 중에 몰입해본 경험이 적으면 정체성 확립이 유예됩니다. 이것도 한 두 달 배우고 그만두고, 저것도 3개월 배우고 그만두는 식으로 얕은 탐색만 반복할 때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탐색해본 많은 것들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지만, 제대로 몰두하여 열심히 해본 적이 없으므로 진짜 나와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탐색한 후보들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나고 무섭다고 느낍니다. 아직 의문을 제기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로 보면 됩니다.
오른쪽 아래는 반대로 무엇인가 깊이 몰입한 경험은 있으나 탐색을 적게 한 경우입니다. ‘정체성 혼미’라고 부릅니다. 정확하게는 일관된 정체성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탐색량이 적다 보니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한 가지만 몰입했기 때문에 이게 정말 맞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정체성 혼미 상태에 있는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고 대충 운에 맡기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태도를 보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현재 교육 시스템입니다. 청소년들이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자녀의 정체성을 압류시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십시오. 아이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는 경우, 우선 부모님의 말씀대로 정체성을 받아들이지만 후에 걷잡을 수 없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한인 여학생 소식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유명한 의대에 진학하여 유학을 왔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았나 봅니다. 그 사이에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대화가 오고갔는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1년하고 한 학기를 버틴 그 여학생은 유난히 춥던 12월 어느 날 보스턴을 관통하는 찰스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 여학생이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다리 위까지 걸어갔을까 생각하면 강물이 얼 정도로 차디찬 겨울의 찰스강물이 저를 덮치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낍니다. 자아정체성은 마음의 생명입니다. 아이의 마음 생명력이 충만할 수 있도록 자아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하는 부모님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이가 자아정체성 확립에 필수 요소는 탐색과 몰입의 경험입니다. 탐색 과정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흥미에 따라 관심이 있는 것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 요소인 몰입하는 경험의 기회도 주어야 합니다. 탐색하면서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그 일을 꾸준히 오랜 시간 동안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처음에는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고비들이 찾아옵니다. 그때,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릿]의 저자 안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이런 열정 있고 끈기 있는 태도가 인생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열정과 끈기의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 이면에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어릴 적 부모님의 반응을 통해 형성된 애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아직 뇌의 기능이 완숙해지지 않았고,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으로 혼란한 상태입니다.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민을 할 때, 옆에서 누가 말을 걸면 집중해서 응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딱 이런 상태입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부모님이 물어보는 대화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자꾸 물어보면 짜증을 내며 반응합니다. 아이가 짜증을 내고, 대답을 건성으로 하면 버릇없다고 화를 내며 반응하지 말고, ‘머릿속에서 자아정체성을 찾느라 힘들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실질적으로 자녀가 자아정체성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자녀의 자아정체성 확립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은 후에 파워법칙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