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양육태도와 기질이 양육할 때 미치는 영향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고 싶은 부모님은 안 계실 겁니다. 그런데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울컥 화가 나는 자신을 발견하실 때가 있으실 거예요. 우리는 왜 이렇게 화를 내게 되었을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여기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던 우리 자신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중년의 부모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나이는 보통 30~50대입니다. 30~50대는 사회적으로 한창 왕성하게 일하는 시기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든, 사업을 하든, 20~30년 가까이 버티며 올라왔어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바라던 만큼 안정을 이루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걱정은 늘어납니다. 아직 자녀들이 어린데, 아이들도 가르치고 자신의 노후도 준비하려니 버거운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거기다 이제 연로해지신 부모님의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 늘어나는 지출도 부담이 됩니다. 자녀 양육을 위해 가정에서 시간을 보낸 어머니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한참 손이 많이 가던 영유아기와 아동기를 지나니 몸이 바쁘던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되레 시간이 남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10대 자녀들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헌신을 했나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전보다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녀가 사춘기일 때, 부모는 갱년기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와 부모 모두 호르몬의 격변으로 힘든 시기를 보냅니다.
각자 바쁘게 지내다 보니 부부관계가 소원한 가정도 있습니다. 자녀와 서먹한 관계로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들도 많으십니다. 더는 아이들이 아빠를 좋다고 표현하며 먼저 다가오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지인과의 관계로, 직장이나 일에서 문제를 겪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인생입니다.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자녀에게 성숙하게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불안을 화로 표현하기도 하고, 아이를 내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부모님들이 불안하고 힘든 것은 현재 부모님의 생활 속에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떤 양육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부모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육 태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육 태도는 부모들의 가치관과 관점이 반영되며, 부모님이 어떠한 양육 태도를 가졌느냐가 자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바움린드(Baumrind)는 부모의 양육 태도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권위적 양육 태도, 독재적 양육 태도, 허용적 양육 태도, 방임적 양육 태도입니다. 이 중 권위적 양육 태도와 독재적 양육 태도를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아 심리학자들이 권위적 양육 태도를 현명한 양육 태도로 변경하였습니다.
양육 태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지지와 요구입니다. ‘지지’는 부모가 자녀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세로축의 위로 올라갈수록 높은 지지, 아래로 내려갈수록 적은 지지를 뜻합니다. ‘요구’는 부모가 자녀에게 수행할 과업을 제시하고 실행하도록 격려하는 것으로, 가로축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요구가 많은 것이고, 왼쪽으로 갈수록 요구가 적은 것입니다.
먼저, 오른쪽 위에 있는 현명한 양육 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요구도 많이 받고 지지도 많이 받는 경우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이상적인 양육 태도입니다. 그런데 좀 의아한 점이 있으신가요? 자녀를 많이 지지해주는 게 좋은 것은 알겠는데, 자녀에게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 왜 좋은지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수행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실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자녀의 실질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입시경쟁을 위해 많은 시간 동안 공부를 합니다. 노력한 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는 자녀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양육 태도일까요? 우선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셔야 합니다. “열심히 했는데, 예상보다 점수가 안 나와서 속상하겠구나.” 정서적 지지를 먼저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고 나서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지도 해주셔야 해요. “이번엔 왜 생각보다 성적이 안 나온 거 같아?” 아이 나름대로 분석한 생각을 이야기할 거예요. 그때,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럼, 다음번엔 더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을 통해 해결책을 아이가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후에 요구도 해야 합니다.
만약 시험을 볼 때, 시간이 모자랐다고 해봅시다. 아이는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이때, 부모님은 “좋은 생각이다. 몇 분 동안 몇 문제를 풀어야 하니? 지문 길이가 보통 어느 정도야? 하루에 얼마나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되겠니?” 등의 다양한 질문을 하면서 아이가 해결책을 찾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요구와 지지를 하지 않는 방임적 양육 태도를 가진 부모님의 자녀는 자유롭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낍니다. 요구와 지지가 없으므로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비행 청소년의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양육 태도가 바로 방임적 양육 태도입니다. 아이는 허한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폭력이나 범죄에 가담합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유일한 지지와 요구를 하는 또래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합니다.
왼쪽 위의 허용적 양육 태도를 가진 부모님은 자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에 비해 자녀는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구의 부재는 아이가 목표를 설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도록 이끌지 못합니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허용적 양육 태도를 가진 부모님 아래서 성장한 아이들이 버릇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요구는 많이 하고 지지는 하지 않는 독재적 양육 태도입니다. 부모의 요구사항이 있으므로 어릴 때는 아이가 학업이나 관계, 과업에서 성과를 냅니다. 그러나 자라면서 지지는 없이 요구만 받은 아이는 지치게 되고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독재적 양육 태도를 가진 부모님은 자녀와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녀가 힘이 생기는 성인이 되면, 아이는 의도적으로 부모님을 피하고 멀리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양육 태도를 가지고 계신가요? 현명한 양육 태도를 가지고 자녀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혜롭게 요구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타고난 기질
자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양육 태도는 부모의 타고난 기질과 과거 경험에 의해 형성됩니다. 기질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인간 고유의 특성입니다. 경험은 부모가 그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유형의 양육 태도로 양육 받았는가를 의미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어떤 유형의 양육 태도로 여러분을 양육해주셨느냐가 현재 여러분의 양육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월리엄 몰튼 마스톤(William Moulton Marston)은 인간의 행동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주도형(Dominance), 사교형(Influence), 안정형(Steadiness), 신중형(Conscientiousness)입니다. 각 유형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조합하여 DISC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행동 유형은 타인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기질검사입니다. 상담소나 병원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할 수도 있고, 온라인에 있는 무료 자료와 해석지를 이용하여 간편하게 검사해보실 수도 있습니다.
DISC 행동별 유형은 에너지 흐름 방향에 따라 세로축을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됩니다. 가로축은 사람과 과업 중 무엇을 중심으로 일을 하느냐로 구분합니다. 외향성이면서 과업을 중심으로 일하는 주도형에 속한 사람들은 타고난 리더들이 많습니다. 전체 인구 중에 단 3%의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하며 과업을 중심으로 일을 하므로 결과로 보이는 성과도 잘 나타납니다. 직관력이 뛰어나고 문제 해결책을 능숙하게 찾는 주도형들은 이름과 같이 일이든, 사람이든, 자기가 주도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에게도 주도권을 과하게 행사할 수가 있습니다. 내 기질이 주도형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은 독재적 양육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상하 관계가 명확한 사회에서 필요한 지도자형인 주도형이 자녀에게는 억압되고 강압 받는 상황을 만들 우려가 큽니다. 주도형의 특기인 전체 그림을 보는 능력과 미래를 계획하는 일을 자녀와 함께 해보면서 자녀를 지지하면 주도형 기질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외향성이면서 사람을 중심으로 일을 수행하는 사교형입니다. 전체 인구의 12%가 속하는 사교 유형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모임 중에 사교형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사교형의 기질을 가진 부모님의 경우에는 아이들과 관계가 좋을 가능성이 큽니다. 밝고 활발한 성격, 낙천적이고 사람들과 교류를 좋아하는 기질이 자녀에게도 적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유형의 부모님들은 책임감이 약한 경향이 있어서 자녀에게도 노력과 책임에 대해 요구를 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허용적 양육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유의하며 자녀와 대화하고 칭찬하는 사교형 기질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는 인구 60%의 사람들이 속한 안정형 기질입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속한 안정형은 내향성이면서 사람을 중심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기질입니다. 이 기질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세상에 질서가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유형에 속한 사람들은 인내를 잘하고 말을 잘 들어주는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들입니다. 평온하고 따뜻하며 갈등을 싫어해서 화를 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도 극히 드뭅니다. 그렇다 보니 이 유형에 속한 부모님들은 자녀와 관계가 대체로 좋습니다. 그러나 미루는 습관이나 압박을 회피하는 경향으로 자녀에게 필요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절한 요구를 받지 않은 자녀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성장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녀를 위한 목표를 조금씩 높여가며 세심한 지지와 요구의 계획을 세우면 미루지 않고 끝까지 자녀의 성장을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유형은 내향성이면서 과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중형입니다. 신중형 기질은 정확하고 분석력이 뛰어 납니다. 훌륭한 기업가나 연구가들이 이 유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16%가 속한 신중형은 사고가 깊고 사색을 좋아하며, 비논리적이거나 강압적인 상황을 힘들어합니다. 기대가 높으므로 자녀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유형에 속한 부모님들은 조용한 독재적 양육 태도를 형성하지 않도록 자녀에게 너무 엄격한 기준을 갖거나 비판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분석적인 기질로 자녀의 마음과 욕구를 파악하고, 건설적으로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에 자신의 정확한 논리를 적용해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자녀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기질을 살펴보면서 유의해야 할 점은 기질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선호하는 기질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질에는 장단점이 있고, 기질마다 특성이 다른 것이지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고 살아갈 때 때론 서로 맞춰야 해서 힘들 때도 있고, 때론 서로 채워줘서 고마울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나의 기질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부모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님의 소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때로는 모르고 한 말과 행동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 자녀에게 사랑을 전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현재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양육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복합적입니다. 현재 생활에서 나타나는 어려운 점들, 여러분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양육방식, 그리고 기질이 작용하여 양육 태도를 형성합니다.
내가 어떤 양육 태도를 가졌는지, 그 양육 태도의 근간이 되는 나의 기질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자녀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잘못된 양육 태도로 자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내 기질과 아이의 기질이 부딪치면서 서로 아파하지는 않았는지, 상처를 들여다보며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