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직업은 백수.
24살 하반기 공채에 합격해서 25살, 1월 1일 날짜로 발령을 받은 나는 엄청 기쁘지 않았다.
원하는 곳의 광탈을 맛본 나는 그보다 하향 지원을 했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서류, 필기, 면접까지 봤다.
마지막 면접 때, 내 옆에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굴 전체가 빨개져 긴장해 다리를 떨던 친구보단 잘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면접장을 나와서 질문에 대한 답이 맞는지 확인하는 그 거리에서 나는 탈락을 예감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회사여서 그랬는지 나는 합격 소식을 받고 얼떨떨했고, 나중에 같은 면접을 봤던 동기오빠가 말해주었다.
"내가 너는 합격했을 줄 알았어."
그 말이 주는 힘 때문에 11년을 그곳에서 버텼나 보다.
그 사이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두 명이나 출산했으며, 워킹맘으로 하루하루 어떻게 보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삶을 살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복직한 지 2년 만에 내가 퇴사를 말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36살, 12월 31일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나는 그렇게 백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