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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여름 Jul 25. 2024

01. 나는 그렇게 백수가 되었다.

37살, 직업은 백수.

24살 하반기 공채에 합격해서 25살, 1월 1일 날짜로 발령을 받은 나는 엄청 기쁘지 않았다.

원하는 곳의 광탈을 맛본 나는 그보다 하향 지원을 했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서류, 필기, 면접까지 봤다.

마지막 면접 때, 내 옆에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굴 전체가 빨개져 긴장해 다리를 떨던 친구보단 잘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면접장을 나와서 질문에 대한 답이 맞는지 확인하는 그 거리에서 나는 탈락을 예감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회사여서 그랬는지 나는 합격 소식을 받고 얼떨떨했고, 나중에 같은 면접을 봤던 동기오빠가 말해주었다.


"내가 너는 합격했을 줄 알았어."


그 말이 주는 힘 때문에 11년을 그곳에서 버텼나 보다.

그 사이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두 명이나 출산했으며, 워킹맘으로 하루하루 어떻게 보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삶을 살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복직한 지 2년 만에 내가 퇴사를 말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36살, 12월 31일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나는 그렇게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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