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월의 메모
새벽 3시만큼이나 고요하고 잔잔한 오후 3시.
아빠와 동생은 출근을 하고, 교회 청소를 간 엄마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그녀가 돌아온 뒤에도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기다린다.
내가 학생 때 엄마는 이 조용하고 고요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청소를 하며, 빨래를 하며, 그럼에도 남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나갔을까.
어쩌면 그랬기에 취미라는 게 생겼나 보다.
독서를 좋아하고, 미싱을 사랑하고, 자수 놓기를 하루도 쉬지 않았던.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던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던 10대 그리고 20대의 나.
30대 그리고 백수 3개월 차에 접어든 나는,
이 시간 덕분에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애썼던 엄마의 바지런함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그 속에서 찾는 보람과 뿌듯함이 지금까지 이 고요한 시간을 견디게, 버티게 해 주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예전에 끄적여 놓은 글인데,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