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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time Aug 29. 2023

세상이 지루한 당신에게

상담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지내고 계시나요. 갑작스럽겠지만 심리 상담을 받고 왔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서울시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상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정확하게는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3차 참여자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신청하면 다 되는 거 아니야?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봐요. 횟수는 4회로 일주일에 한 번씩 약 한 달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벌써 2번의 상담이 진행되었답니다)


이번 한 번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조금은 기대하고 다녀왔습니다. 첫날에는, 무슨 얘기를 하게 될지 몰라서 이런저런 제 상황에 대해 메모를 적어두었습니다. 상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1도 몰랐거든요. 후기를 보면 상담사분이 어떤 분이냐에 따라 호불호도 많이 갈리던데, 나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나이인 분이 나오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뭘 어째 그래도 공부하신 분인데) 이렇게 보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는 타입인 것 같네요. 

  

상담은 스터디카페, 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스터디카페‘는 태어나 처음 가 봤어요. 독서실은 다녔는데 말이죠. 상담 약속 시간이 오전 10시. 의외로 사람이 없더라고요? 약간 북적북적할 줄 알았는데.. 여하튼, 큐알로 출석 체크하고 진행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여기서 하는 얘기는 비밀이고, 극단적인 행위를 할 기미를 보이면 비밀 보장이 안 된다 뭐 그런 이야기들요. 그 얘기를 하시다가 ‘oo 시도해보신 적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세상을 잘 살아갈 의지는 없지만, 등질 정도의 용기는 아직 없었거든요. 


아, 심리상담 신청 할 때 문자나 카톡으로 설문조사를 여러 번 하는데 제가 자살 위험군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상담사 선생님은 가끔 극단적으로 나오기도 한다라고 했지만, 모르죠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제 상태가 심각할지도. 그리고 시작된 호구조사는 마치 소개팅 혹은 면접과 같았습니다.


첫날이니 저에 대해 많이 말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가족 관계, 하는 일 등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했고 왜 신청하게 됐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했던 듯해요. 제가 이 상담을 신청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는데, 일을 하다가 그날따라 심장이 너무 뛰는 느낌을 받아서,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나라에서 이런 것도 하고 있다며 소개해줬거든요. 1년 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정보였는데, 그날이 지나면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신청을 했었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잖아요. 


그 상황을 꽤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했고, 그 외에 나의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이래서 이런 기분을 느꼈나?’ 약간 아차! 하며 깨닫게 되는 느낌... 아시나요? 말하면서 정리가 되는 그런 상황이 조금은 어색하더라고요. 


진짜 별거 아닌데, 말을 하면서 답을 알게 된 것 같은데 괜히 말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중간에 ‘어? 그래서 그런가?’ 이런 말도 계속했습니다. 옆에서 제3자가 보고 있었다면 바보 같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종종 거울 보면서 혼자 상황을 다시 되짚을 때도 있고, 일기를 쓰면서 감정을 알아갈 때도 있는데

사람한테 (일방적으로) 털어놓으면서 후련해진다는 기분을 느끼는 건 오랜만이었어요.


5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더라고요. 운동할 때는 오지게 안 가던데.. 마지막에 상담 쌤이 자신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지금보다는 초조한 상황에 심장이 덜 뛰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 주는 어떻게 될지. 재미있는 일이 1도 없던 생활에 흥미로운 스케줄이 추가된 것 같아서 조금은 신이 납니다. 상담에서 제가 깨달은 저의 이야기는 다음 글로 이어 보낼게요.


그럼, 당신의 하루가 여느 날처럼 평안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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