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한 것을 이루어내고, 인정받아야만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기 전 운동을 하고, 퇴근 후에도 책을 읽거나 다시금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하루를 채우곤 합니다. 하루를 빈틈없이 살아냈다는 뿌듯함이 즐겁기 때문이죠. 소위 말하는 ‘갓생’ 살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유행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운동으로 골프를 쳤는데, 유난히 공이 잘 안 맞는 날이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골프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애인에게 토로했죠. 그랬더니 애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 그거 선수하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 가끔 결과만 보고 취미활동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돼.’
뼈아픈 말이었지만 정확한 진단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즐거워서 시작한 취미활동이지만 언젠가부터 스트레스받는 제 자신을 발견했으니까요.
즐거운 취미였던 클라이밍도 이전에 했던 문제를 풀지 못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더군요. 부상 이후 퍼포먼스가 부진한 헬스 때문에 제 자신에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취미활동에서조차 무언가를 이루려 하고, 그러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었죠. 무언가를 해냈다는 행위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게 자연히 자리한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죠. 매일 일상을 보내는 회사에서도 당연히 성과를 내야 하고, 성취감으로 희열을 느꼈으니까요. 사실 목표한 것을 이루어내고, 인정받아야만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데도요.
성취지향적인 면이 분명 일과 삶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걸 깨닫곤 스스로를 그 자체로 긍정하며 성취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 활동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려 합니다. 운동이라면 땀 흘리는 행위, 공부라면 배움의 기쁨 자체에 집중해 보며 계속해서 제 자신을 긍정해 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이번 인사이트는 이지안 님의 <나의 꾸준함이 강박의 결과물은 아니기를> 브런치스토리 글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겨울에 가만히 있는 나무를 보고 우리가 쓸모없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도 성취와 실패를 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감각은 발달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 이지안 님
- Editor_도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