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레이스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가 건네는 단단한 위로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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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너머의 삶, 우리가 간과했던 ‘진짜’ 복귀에 대하여


암 진단과 함께 시작되는 치열한 사투의 끝은 흔히 '완치' 혹은 '치료 종결'이라는 마침표로 축하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 지점이 결승선이 아닌,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출발선임을 역설하고 있다.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이전의 일상으로 '짜잔' 하고 복귀할 것이라 기대했던 환자들에게, 현실은 치료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더 높고 견고한 '사회적 장벽'임을 담담히 역설하고 있다.

마흔 살, 커리어의 정점에서 유방암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 저자는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중단되는 경험을 한다. 이 책은 단순한 투병의 고통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 경험자가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박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일상 회복 분투기'이다. 이는 비단 암 경험자 개인의 회복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질병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포용해야 하는지에 생각하게 한다.


‘어쩌다 암환자’가 된 이의 정직한 투병 기록


신체 나이가 실제보다 대여섯 살은 젊게 나오고 운동을 즐기던 저자에게 암은 '남의 일'처럼 생경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부정할 틈도 없이 시작된 표준 치료는 인간의 존엄성을 시험하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철인 3종 경기를 마쳤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다시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 느낌"이라고 비유한다. 생존을 위한 투쟁(치료)이 강제된 전투였다면, 일상으로의 복귀(사회 복귀)는 자발적이지만 훨씬 더 긴 호흡이 필요한 인내의 레이스였던 것이다.

이 고단한 과정은 역설적으로 '한계에 귀 기울이는 신체의 지혜'를 선물했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당연한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각인하며, 저자는 생존 너머의 삶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사회 복귀라는 높은 벽과 ‘암 경험자’라는 정체성


치료가 끝난 후 마주한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차갑고 무지했다고 한다. 저자는 복직 후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제도적 사각지대와 인식의 괴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예를 들면 회식 메뉴를 묻는 후배에게 "직화 구이는 조금 피하고 싶다"고 수줍게 답했지만, 결국 예약된 장소는 '숯불갈비 집'이었다. 이는 악의 없는 배려가 실제적인 이해로 이어지지 못하는, 암 경험자와 사회 사이의 서글픈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메타인지를 통한 ‘나’라는 감옥에서의 탈출


사회적 장벽 앞에서 저자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결정적 도구는 '글쓰기'와 '메타인지'였다. 블로그에 기록한 300여 편의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전략적 성찰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처음엔 스스로를 '약하고 동정받아야 할 환자'라는 틀에 가두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성취 지향적이었던 본래의 모습을 "욕심"이라 치부하며 억누르려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향한 편견이었음을 깨닫고, "너답게 하면 된다"는 동료들의 응원을 통해 저자는 자신을 '역경을 극복한 성취 지향적인 존재'로 재정의한다. 스스로를 가둔 환자라는 프레임을 깨고 나올 때, 비로소 진정한 인생의 두 번째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빨간 원피스’를 꿈꾸는 두 번째 화양연화


저자에게 이제 건강은 '완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평생 밀고 당기며 공존해야 할 파트너이다. 그녀는 질병 이후의 삶을 '버티는 것'에서 '더 반짝이게 만드는 것'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아픈 경험을 통해 얻은 섬세한 감각을 저자는 '평생 관리 쿠폰'이라 부른다. 이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조절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지혜인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귀여운 노년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암이라는 경험이 빼앗아갔던 주체성과 여성성, 그리고 개성을 당당히 되찾겠다는 강력한 선언이다. 성취 지향적인 열정을 '탐욕'이 아닌 '즐거운 몰입'으로 전환하며, 그녀는 이전보다 더 단단한 화양연화를 준비하는 모습에 책을 읽으면서도 박수를 보내게 된다.


당신 곁의 모든 ‘다시 시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것을 가지고 온전한 ‘공감’을 하기는 어렵다.

사실 아내가 암을 겪고, 다시 한번 재발해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거의 10년이 걸렸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아내도 이런 심정이었겠구나.’라며 새롭게 깨달아지는 것이 많았다.

아내도 오히려 암투병을 하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와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지금은 어린이집 연장반 교사로, 또 장모님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 이전보다 더 멋지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


이 책은 개인의 투병기를 넘어,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사회적 지침서'다. 저자는 암 경험자를 향한 시선이 '동정의 대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도 맞는 말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인생의 전략서가 될 것이다


• 암 경험자에게: 스스로를 환자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다시 삶에 체인을 걸 수 있는 용기와 메타인지를 제공한다.

• 가족과 동료에게: '숯불갈비' 에피소드처럼 우리가 놓쳤던 세심한 예의와 적절한 온도의 위로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 우리 사회에: 암 경험자의 복귀를 돕는 유연한 근무 형태와 제도적 뒷받침이 왜 '특혜'가 아닌 '상식'이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시 삶으로 힘겹게 한 걸음 내디딘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충분하다."

저자가 건네는 이 따뜻한 편지 같은 위로는, 삶의 불의한 파도를 견뎌내고 다시 해변에 선 모든 이들에게 가장 단단하고 우아한 응원이 될 것이다. 삶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그 행위 자체로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살아낸김에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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