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수의 노래, 라이브로 들어보니 별로더라"
이런 말을 들어봤거나 비슷한 생각을 해본 사람이 꽤나 많을 거라 생각한다.
음악 앨범의 타이틀곡, 환상적인 고음과 완벽에 가까운 중저음, 정확한 피치 (Pitch).
이런 목소리에 빠져 라이브를 찾았다 실망하거나, 완전히 색다른 목소리에 당황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여기서 공통된 질문 하나를 꺼내 이야기하려고 한다.
'가수의 진짜 목소리는 무엇일까?'
자, 여기 한 젊은 남자가 노래를 들으며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남자가 사용하고 있는 2만 원 정도의 헤드폰은 낮은 주파수의 증폭에 의해 많은 보컬의 필수 주파수들이 마스킹되어 있고 (가려져있고), 이에 따라 듣고 있는 가수의 목소리도 심하게 뒤틀린 상태이다.
심지어 높은 주파수 일부는 디스토션을 가지고 있어 노래의 특정 부분이 날카롭게 들리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남자는 이미 기존의 음악과는 먼 소리를 듣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더 좋은 오디오 시스템 속 중년 여성의 경우는 어떨까?
최소 몇백만 원은 돼 보이는 스테레오 스피커 앞, 같은 노래를 들으며 같은 질문을 던지는 여자가 보인다.
그녀의 머리는 스테레오 시스템의 중심점에서 조금 왼쪽으로 벗어나 약간은 다른 위상의 소리를 듣고 있고 동시에 그녀의 앞과 뒤, 양옆의 벽에 반사된 소리에 정재파 (Standing Wave)가 발생해 그녀의 음악 감상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불규칙한 상황은 그녀의 귀에 베이스 노트 몇 개는 더 크게, 몇 개는 더 작게 들리게 하는데, 당연히 그녀가 가수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
심지어 이 모든 게 나이가 들면서 13~20kHz 정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녀의 귀 상태를 배재하고 내린 결론이다.
이제 이 두 사람이 같은 노래를 들으러 가수의 콘서트에 왔다고 생각해 보자.
당연한 얘기지만 그곳의 상황은 '정확한' 가수의 목소리를 듣기에는 최악의 장소일 것이다.
스피커와의 거리, 바로 앞, 옆사람의 키, 천장의 유무, 가수가 사용하는 마이크 종류 등.
실력 있는 엔지니어, 많은 예산으로 라이브 오디오를 설계하더라도 이 모든 걸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변수가 너무 많다.
결국 이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가수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데, 이 음악을 작업한 사람들은 어떨까?
한번 천천히 가수에 가깝게 접근해 보자.
곡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미 완성되었다고 생각될만한 오디오 파일의 레벨을 원하는 만큼 끌어올려 압축시키는데, 이때에 가수의 목소리 톤도 약간 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3 dB 미만의 EQ 조정, 그리고 약간의 컴프레션.
예민한 사람만 알 수 있을 차이이지만 그 차이는 소리 안에 명백히 존재한다.
오디오 믹싱/마스터링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받은 이 파일은 믹싱엔지니어의 손을 거쳐서 왔다.
드럼, 기타, 신시사이저, 그리고 보컬.
믹싱 엔지니어는 수십 개가 넘는 파일들의 레벨을 조정, 여러 이펙트들을 이용해 소리가 잘 섞이게 한다.
보컬이 주인공인 이곡에서는 믹싱을 할 때 모든 악기들이 보컬에 맞춰지겠지만, 아쉽게도 목소리에 아무런 조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초로 이 곡 안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 중 하나는 아마 리코딩 엔지니어일 거다.
한번 그의 작업실을 살펴보자.
마이크로 연결되어 있는 아웃풋 케이블이 약간의 세츄레이션(낮은 아날로그 노이즈)을 주는 프리앰프에 들어가고, 이 프리앰프에서 나온 소리는 이퀄라이저, 컴프레서를 거쳐 컴퓨터 안에 저장됨과 동시에 스튜디오 안의 스피커로 출력된다.
따라서 녹음을 받는 사람조차 마이크의 지향성이나 주파수 응답 같은 특징, 여러 컴퓨터 밖의 아날로그 장비들로 인해 유리창 너머의 가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듣지 못한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사람은 가수 본인이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하는 그녀.
우리도 한번 따라 하며 그녀가 듣고 있는 목소리를 이해하려 해 보자.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그녀가 지금 녹음하고 있는 가사다.
한번 이 문장을 소리 내서 말해보고, 헤드폰을 끼거나 두 손을 귀에 붙이고 다시 말해보자.
높은 소리가 작아지고 낮은 소리가 더 울리는 느낌이 들것이고 따라서 본인 목소리 톤이 비교적 낮게 들릴 것이다.
실제 리코딩에서는 가수 목소리를 그녀의 헤드폰에 다시 보내어 더 나은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하겠지만, 이는 이미 아까 말했던 리코딩 엔지니어의 장비들을 지나오며 변질된 소리일 것이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에 익숙해지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물론 헤드폰을 벗고 녹음을 하면 훨씬 정확한 본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질문, '왜 내 목소리를 녹음하면 이상하게 들릴까'에 대한 대답처럼 이 또한 진짜 내 목소리와는 다른 소리일 것이다.
이 질문의 답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리는 우리 몸 안에서 울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목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소리를 본인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
우리의 귀 상태, 장소, 주변의 물체, 소리를 내는 스피커나 헤드폰/이어폰, 소리가 만들어질 때 사용된 수많은 이펙트들.
어쩌면 '가수의 진짜 목소리'를 찾기 전에 '진짜 소리'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이것을 정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필자의 귀는 좋지 못하다.
하루마다, 심할 경우 시간마다 달리 들리는 소리의 정의를 내리고 고치는 일을 하는 건 어떨 때는 무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길게 보면 모두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며 소리를 다르게 들을 것이고 그들만의 귀, 혹은 진동을 받아들이는 다른 방법들로 소리를 판단할 것이기에 필자의 경우, 그 기간이 짧다는 차이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내가 느낀 소리, 목소리를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의 문제이지 본래의 소리를 찾는 건 무의미하지 않을까.
사진
-Image by <a href="https://www.freepik.com/free-photo/press-reporter-fallowing-leads-case_30117747.htm#query=microphone&position=28&from_view=search&track=sph#position=28&query=microphone">Freepik</a>
-<a href="https://www.freepik.com/free-photo/retro-microphone-isolated-color-background_1193151.htm#query=microphone&position=0&from_view=search&track=sph#position=0&query=microphone">Image by xb100</a> on Freepik
-<a href="https://www.freepik.com/free-photo/retro-microphone-isolated-color-background_1193151.htm#query=microphone&position=0&from_view=search&track=sph#position=0&query=microphone">Image by xb100</a> on Freepik
-<a href="https://www.freepik.com/free-photo/audio-engineer-using-sound-mixer_9598216.htm#query=mixing%20console&position=6&from_view=search&track=ais">Image by wavebreakmedia_micro</a> on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