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여름을 다 보내기 전 아쉽지 않게 엄마와 나들이를 했다.
엄마의 컨디션을 살피고, 남편과 서둘러 엄마집으로 향했다.
우릴 보자 잠시 멍하시더니 이내 두 팔을 흔들며 환하게 웃으신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 소리는 나지 않지만
아이처럼 반기는 엄마의 모습이 아프다
점심 메뉴는 다슬기탕
평일에도 점심시간 웨이팅이 기본인 곳이라 역시나 번호표 받기
메밀다슬기 전을 간장에 찍어 '이게 진짜 맛있다. 너도 먹어봐' 하시며 드신다.
탕도, 밥도 꽤 많이 드셔서 너무 좋았다.
요즘은 뭐든 조금이라도 더 드시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엄마가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아이들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렇게 또 나를 지켜보셨을 엄마도 떠올리게 된다.
난 양력 생일, 엄마는 음력 생일
그렇게 우린 8월에 함께 생일을 맞는다.
늘 생일 전 전화하셔서 올해는 무슨 떡을 해줄까? 물으셨는데.....,
올해는 동생이 오늘이 언니 생일이야 했을 때도 '그래 주영이 생일이구나, 그럼 곧 내 생일인데..' 하셨단다.
그리고는 또 곧 잊으셨다.
올해 생일아침 그냥 눈물이 났다.
더는 엄마가 나를 위해 생일 떡을 챙기시지 못한다는 게..... 기억하지 못하시는 게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송광 쪽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하고 카페하나 검색해서 가는데
엄마가 '죽산리는 우리 소풍 가던 곳이다. 저학년들은 여기 또 고학년들은 다른 곳으로 가고 그랬지...' 하시며
고향길을 기억하셨다.
최근의 많은 부분의 기억은 옅어지셨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은 더 선명하신 듯하다.
도착해 보니 엄마가 다니시던 중학교 아래에 자리 잡은 카페였다.
기억을 더듬고 주변을 살펴보니 교회가 있던 자리에 카페가 생긴 것이다.
나도 어릴 적 가본 적이 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부터 이모들 그리고 엄마가 다니셨던 그 작은 교회.
교회 건물을 새롭게 손봐서 예쁜 카페와 작은 정원 그리고, 가정집을 만든 듯하다.
작은 카페 안에 손님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다.
먼 길을 왔는데 자리가 없으면 낭패인데 어쩌나 하고 들어서니 다행히도 한 팀이 나가고 테이블이 하나가 비어서 자리를 잡고 앉아보니, 10여 명의 중년을 훨씬 넘긴 어르신들이 가득하다.
한분이 전화로 '나 오늘 모임이라 지금은 못 가' 하시는 걸 보니 단체손님이다.
그때 동생이 '엄마는 중학교 동창회를 늘 8월 15일에 했잖아' 한다.
아마도 동창회 모임이신 듯하다.
나는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와서 지냈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냈다.
엄마를 위한 나들이가
나의 어린 시절 기억들을 하나하나 추억하게 만든 소풍이 된 하루였다.
크고 넓었던 신작로는 한없이 작은 도로였고, 가끔 들러 놀았던 초등학교 많이 변해버렸고,
외할머니 따라가던 방앗간도 자리를 옮겨 신식으로 바뀌었다.
돌아오는 내내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의 엄마가 더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