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이 Feb 16. 2024

짧은 글 모음 _ 사랑할 용기


1.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쓰자.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쓰지 말자.

돌아갈 수 있는 것을 쓰자.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쓰지 말자.

성찰의 감정을 쓰자.

후회의 감정을 쓰지 말자.

2.

입춘이래.

너를 두른 섬유의 두께가 얇아지듯이

겹겹이 쌓인 소란스러움도 조금은 사그라들었으면.

3.

목소리를 뺏긴 어느 공주일지도 모를 하얀 거품이 

사랑과 추억을 약속하며 바닥에 새겼던 모든 것을 질투하는 양 쓸어 가듯

모래에 찍힌 한 장의 발자국이 다른 흔적에 어느새 묻히듯

코끝을 시리게 스쳤던 바람도 어느새 잊혀지듯

익숙했던 백단향이 이제는 드문드문 낯설게 느껴지듯

나는 알던 네 단추의 주름이 이제는 희미해졌듯

서로에 대해 무관한 것처럼 지나치는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런 때에 나는 여전히 골몰하고는 했다.

왜 너와 나는 만났음에도 헤어져야 하고

엮였음에도 잊혀야 하고

그때 우리는 함께 웃었지만 

지금은 왜 혼자 울어야 하는지

4.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네가 볼 수 없는

가장 심연의 공간에서

이별을 외치지만,

그건 결코 슬픈 사람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다.

5.

너와 있던 모든 순간을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근데 그런 때 있잖아

아무 말이 오가지 않아서

서로를 바라보는 그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모두 알 것 같은 때

난 그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설레임에 울렁거리고는 해

소란한 적막의 순간

그 때에 너는 무엇을 전했길래

내 속은 그리도 기분 좋은 북적임으로 가득찼던걸까

작가의 이전글 Epilogue for Prologu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