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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빵이 Feb 18. 2024

나는 욕심 많은 며느리다

나는 자랑스러운 며느리도, 다정한 며느리도 둘다 하고 싶다고 ! 

    우리가 결혼을 약속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남자친구의 부모님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그 과정에서 내 감정이 동요가 치기 시작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설명해보자면, 남자친구의 형이 한 명 있는데, 형은 올해에 결혼을 할 계획이고, 나와 내 남자친구는 내년 봄에 결혼을 하려 준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부산에서 지내고 있다. 물론 형의 와이프가 되실 분도 포함이다.


    그래서 종종 같이 모임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양쪽 예비 부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내가 주로 상처를 받는 부분은 우리의 장거리 문제였다.


    내가 일에 대한 욕심, 내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많은 탓에 나 혼자 대전에 가게 되었다. 사실 원래 우리 커플은 서울-부산 장거리 였으니 더 가까워진 셈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 마음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서 지내는 부부가 되는게 남자친구의 부모님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결정한 것이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내 몫이라는 것을 분명히 생각하고 이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상처를 안받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몇가지 에피소드를 말해보자면, 다같이 차를 타고 어느곳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어머님께서는 형의 와이프가 되실 분에게 보통 몇시쯤 퇴근하시냐고 물었다. 그분은 직업의 특성상 규칙적인 삶을 사시기 때문에 정시에 퇴근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연구개발직을 하고 있던 나는 야근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러한 질문이 나에게는 비교하는 말로 들렸다. 분명 어머님은 그런 의도에서 질문하셨던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머님의 댁에서 밥을 먹을때도, 00이는 밥 잘 먹는데 너는 밥을 먹는 것이 적다 라는 이야기를 하실때도 비교를 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역시도 그런 의도가 아니셨을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음이 분명했다.


    가장 나의 눈물샘을 터트렸던 일화는, 결혼 비용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우리 가족들이 모두 나의 결혼식을 위해서 최소 3시간 이상의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30분만에 끝나버리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비용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하우스 웨딩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는 나를 제외한 어머님 아버님, 남자친구, 그리고 남자친구 형의 내외도 모인 자리에서 결혼 준비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당연히 우리 커플의 결혼식 비용이 비쌌었다. 그런 결혼 준비 비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뭔가 내가 알뜰하지 못한 것 같고, 비교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남자친구는 이렇게 내가 분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래서 부모님께 왜 우리가 이런 형태의 결혼식을 희망하는지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설명했냐고 되물으니, 알아서 잘 설명했으니 걱정 말라는 답변 뿐이었다.


    내가 원했던 답변은 이게 아닌데 말이다.


이건 근본없는 불안감이다

    그렇게 한시간이 다되도록 전화속으로 코맹맹이 소리로 나의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매번 내가 모임에 가지도 못하고, 나 혼자 외톨이가 된 기분이며, 그리고 이런 결혼 준비 비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비교 당하는 기분이다 등등 지금까지 속에 담아두었던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남자친구도 이런 나의 기분을 이해하며, 받아주는 것 같다가, 나의 하소연이 길어지다보니 점점 지쳐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전화를 하다가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감정이 든다는 것은, 분명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텐데 그게 무엇일까?


    그러고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인지,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하고 말이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이런말을 해주었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데, 내가 스스로 너무 비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래, 나는 욕심이 많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욕심이 많다.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해서, 남편에게도 시부모님에게도 자랑스러운 며느리가 되고 싶고, 한편으로는 모든 가족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알뜰살뜰이 챙기는 그런 다정스러운 며느리도 되고 싶고 했던 것이다.


    근데 내가 몸이 10개가 아닌 이상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셈인 것이다.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허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내가 힘들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내 안의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남자친구에게 할 말이 정리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내 감정을 설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관종인거 같아. 욕심도 많고 말이야. 나는 자랑스러운 것도 하고 싶고, 다정한 것도 하고 싶어. 다 잘하고 싶은데 못해서 너무 속상해. 그리고 나는 관종이라서 내가 못간 모임에서도 내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그냥 알아서 잘 설명했다는 말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흐름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는지 나한테 설명해줬으면 좋겠어."


    말하고나니까 속이 다 시원했다.


    이게 근본적인 나의 불안의 문제였다.


    이렇게 남자친구에게 말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해결되거나,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나에게 전혀 상처를 주지 않거나 하지는 않을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문제의 근본을 알아냈다 하는 것 만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결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나의 결혼식에 대한 정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장거리 결혼을 하는데 있어서, 결혼식장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조금 과하게 하더라도 손님들에게 베푸는 마음으로 하겠다는 것을 분명 마음먹었었는데, 막상 비용에 대한 비교를 하다보니 속상한 마음이 드나보다.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 비교하고, 후회하고, 뒤돌아보지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을 한번 더 다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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