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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9시간전

비 오는 날엔 많은 생각이

빗소리는 비 맞는 세상이 내는 소리



장맛비가 주룩주룩 제법 세차게 내린다

비엔 슬픔의 냄새가 들어있다고

애써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진한 기억을 머금고 있

비 오는 날은

무채색처럼 아늑함이 가득하고

비 오는 날이 주는 묘한

분위기에 동요된다


 내리는 창밖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커튼 한 겹 가려진 것처럼 운치 때문이다

설렘과 차분함이 섞이어

기억 저편 그날의 기억을 꺼낸다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는 것과

세월에 밀려 어렴풋이 기억하

것들이 뒤섞인다


알맞게 익은 술은

마시면 취하는 것이지만

비 오는 날엔 마시지 않고

빗소리 듣는 것만으로 도수 높은

술을 마신 것처럼 묘하게 취한다

내리는 빗줄기만큼 그때 그 기억이

상기되어 차분하게 일렁인


다시 빗줄기가 거세진다

타닥타닥 성난 빗줄기는

미처 풀지 못한 노여움 같기도 하고

하늘이 노하기라도 한 것처럼

세차게 릴 땐

다소곳이 겸손지는 감정들


장마라서 강하게

세차게 아주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빗소리가 익숙한 것은 인류의

오래된 문명 같은 것

지혜롭게 빗소리와 함께 진화한

인류이다

모두가 들리나요? 저 빗소리

비는 소리가 없다

그저 빗소리

비 맞는 세상이 내는 소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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