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이 진심인 사람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려는 사람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을 좋아한다
약속시간, 적어도 30분 전에
도착을 해서 여유를 가지는 것을
좋아한다
독서토론 모임에서 알게 된
오랜 시간 함께 한 작가와 전시장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전철역에서 내리자마자
약속한 카페를 향해 달렸다
약속시간에
목숨 거는 사람이라고 자칭하면서
시간을 착각하고는
빠듯하게 도착할 시간이 된 것
숨을 헐떡이며 냅다 뛰고 있는데
나와 만나기로 한 여인이
내 앞에서 뛰고 있다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서 약속한 카페를 향해서 뛰고 있다
여인과 불과 10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서로 뛰고 있었던 것
일부러 아는 체하지 않았다
나보다 더 급해 보였고
쑥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저 여인도 약속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속도를 줄였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카페에 도착해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약속시간 거의 동시에
골인 지점에 들어선 샘이다
"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서로 하겠지?
여인의 진심을 훤히 들여다본 것 같아서
괜히 멋쩍어 미소를 지었다
인간관계에서는 거창한 것이 아닌
사실 사소한 것이 중요하다
작은 일상의 감각이 더해져서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고
그 사람의 언어가 만들어진다
누군가를 기억할 때 떠오르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닌
사소한 일상이 몸에 밴 '진심'이다
오랜 시간 진심이 몸에 묻으면
그것이
상대의 존중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