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시간에 나를 만난다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나의 시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잠잠해지고
소리 없이 고요하게 다가오는
늦은 시간을 즐긴다.
삶의 한가운데서 아웅다웅
도시의 살아있는 소리들을 뒤로하고
고요히 다가오는 시간,
어둠이 짙어지면 무채색처럼
가장 편안한 배경이 되고
한없이 온순해지는 그 시간이 좋다.
세상의 남은 불빛마저 희미해지고
마치 멈춰버린 시간 같은
내게만 주어진 특별한 것처럼
그 시간이 그냥 좋은 것
어느새 오랫동안 루틴이 되고
시간이 퇴적된 나만의 습이다.
손에 쥔 책의 행간을 읽어 내려가면
이보다 더 좋은 만족이 또 있을까.
그저 고요한 공간에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좋다.
희미한 가로등불 사이로
침묵이 짙어지면
멀리 있는 것들이 그리워지듯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추억들
잠시 머물러
그 기억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세상 그 무엇과 어긋나지 않기를
나의 마음 밭의 평온을 점검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읽을 수 있고 깊이 사유하고
뭔가를 쓸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행운이다.
날마다 나타나는
그 시간이 그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