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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Oct 02. 2024

습관처럼 쓰게 되는 글

마구 써 내려가는 가벼운 나의 글



삶이 벅차오를 때

하얀 노트를 가슴에서 꺼낸다

차가운 달을 끌어안고

어두운 밤길을 지나

푸른 잔디밭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리고는

꽃들이 바람에 사정없이 내팽개칠 때

예쁜 석양이 기울 때

이유 없이 눈물 흘릴 때

세상의 각진 모서리를 둥글게 깎으며

하얀 노트에 적어 내려간다


음지와 양지

중심과 어긋남

삶과 죽음

죽었다가 깨어난 알갱이들을

허공에 번쩍 눈을 맞춘 다음

한 편의 글을 엮는다


창밖에 떨고 있는 싸늘함과

떨리듯이 앙상한 허기와 맞닿으면

습관처럼 하얀 노트에 물들인다

때로는

달빛에 그 별이 

기웃거리는지 궁금해질 때

별빛이 사랑스럽게 속삭일

괜히 삶의 눈물이 내 발등을 적실 

건조하게 반복적으로

써 내려가는 의 연속


시를 가르치던

스승님이 하시던 말

시에서 인간적인 피냄새가 나야 한다고

피냄새가 종이에 젖고

욕조가 젖고 대지가 젖어야 한다고

천리길을 더듬어 희망이 찢어지고

앞이 안 보이는 안갯속을 묘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하시던 스승님의 언어들


그 묵직한 주문은 어렴풋하게

기억을 할 뿐이다

이도 저도 아닌 나의 

흔적 없이 날아가는 가벼움만 지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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