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이리저리 틀다가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일상을 다룬 다큐를 보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여인이 노래를 한다.
성악을 배우지 않았는데 성악 발성의 맑은 그녀의 음색이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다.
맑고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는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뭔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들려준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눈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세상이 어떤 색인지 사람들의 생김이 어떤 모습인지
아름다운 자연이 어떤 색인지...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그 누구보다도 맑은 소리를 가지고
울림을 주고 세상과 소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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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남편은 시력이 점점 나빠지고 있고 5% 밖에
기능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부부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남편의 손에 의지한 채 노래를 부르는 무대라면 찾아가는 그녀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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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없이 그녀 혼자서 동네 미용실을 찾아가는
미션이 주어졌다. 길안내 지팡이를 가지고
집을 나선다.
평평하지 않은 길을 지팡이로 두드리며 아슬아슬하게
헤쳐나간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
모두가 위험한 것들 뿐이다.
돌부리에 부딪혀서 그녀가 그만 넘어졌다.
찾아가는 길이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더 넘어지고
상처가 나야 할까?
넘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멋쩍어하며 다시 일어난다.
부딪치고 넘어져야 비로소 방향을 기억한다며
부딪히고 깨지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매일 부딪히고 넘어지며 세상을 사는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면
"조금은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촉촉한 눈빛으로 그녀는 간절하게 주문을 한다.
그녀가 세상과 부딪히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몸이든, 손끝이든, 지팡이든 와닿는 것이 없다면
방향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은 채 홀자 걷는다는 것은
그것처럼 막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전혀 알 수 없을 테니까
넘어지면서 길의 방향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녀는 찢기고 부딪히며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돈이 많은 것?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것?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
산다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세상과 힘껏 부딪히며 살아내는 것이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하루를 순간순간 성실히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쉽게 좌절하지 않는 것, 주어진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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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과 찢기고 부딪히게 된다.
그동안 부딪히기 싫어서, 상처 입기 싫어서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걸고 살았던 지난 시간이
괜히 부끄러워진다.
산다는 것은 세상과 힘껏 부딪히는 일이다.
그것이 때로는 상처가 되더라도
세상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