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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보호인가, 자유인가

육아 계정이 줄줄이 정지된 사연?

by COMMA MAGAZINE

아이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순간들. 이를 기록하고자 영상이나 사진 등의 콘텐츠를 SNS에 업로드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SNS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어린 아이들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많게는 수 십만의 팔로워를 가진,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플루언서’ 아이들도 있죠. 에디터 역시 ‘랜선 이모’로서 아이들 계정을 여럿 팔로우하고 았으며 귀여운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곤 합니다.


이러한 육아 계정 대부분 아이 외에 부모의 모습은 거의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육아 계정에 줄줄이 부모의 사진이 게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만 등장했던 SNS에 갑자기 부모 사진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배경에는 인스타그램 규제와 새로운 정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대표).jpeg ©ENA

인스타그램은 지난해부터 미성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나이 확인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만 14세 미만이 직접 운영하는 계정을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인기 유튜버 ‘태요미네’의 태하, 김준호 전 펜싱 국가대표의 아들 정우, 방송인 홍현희과 제이쓴 부부의 아들 준범이 등 팔로워 수십만 명을 자랑하던 인스타그램 계정들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아동 계정의 대부분이 부모가 운영한다고 해도, 인스타그램이 이를 어린이로 간주하고 계정을 비활성화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인데요. 이에 따라 부모들은 계정 프로필과 소개란에 '부모가 운영 중'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아기 사진 대신 가족사진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려 했죠.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육아 계정만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인스타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아동·청소년 계정 운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요. SNS가 아동 청소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인스타그램이 이러한 여론에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jpeg ©픽사베이

청소년의 과도한 SNS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글로벌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왔습니다. 폭력적·선정적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알고리즘에 의한 SNS 중독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각국은 SNS 규제를 강화하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와 사이버 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SNS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SNS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대형 기업들을 상대로 고소가 이어졌고, 호주와 유럽은 아예 16세 미만의 SNS 사용 금지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청소년 SNS 사용과 관련한 문제는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의 SNS 사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알고리즘 추천을 차단하는 법안이 논의되어 왔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를 주제로 한 청문회가 열렸는데요. 이 청문회에는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참석했으며, 방청석에는 SNS 성범죄 및 따돌림 피해 유가족이 앉아 있었습니다. 조시 홀리 공화당 의원은 “당신의 제품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SNS의 유해성을 비판했고, 이에 저커버그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할 수 밖에 없었죠. 이러한 국가적 조치는 청소년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지만, 규제의 강도와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jpeg ©UPI연합뉴스

인스타그램의 아동·청소년 계정 규제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규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SNS 중독과 디지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부모가 운영하는 아이 계정의 경우, 셰어런팅(Sharenting)의 위험성이 제기되며 부모가 아이의 사진과 영상을 인터넷에 과다하게 올리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예컨대, 귀여운 아기의 일상 사진이 악의적으로 재편집되거나 아이가 사이버 범죄의 타깃이 될 가능성,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하는데요. 이들은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할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제로 SNS는 적절히 활용한다면, 새로운 지식을 얻고 자신을 표현하며 사회적 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부모가 자녀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제한하는 것은 규제가 지나치다는 입장입니다.


4 복사본.jpeg ©픽사베이

아동과 청소년의 SNS 사용 규제는 보호와 자유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민감한 문제인데요. 에디터는 두 가지를 조화롭게 절충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기업은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와 책임감 있는 운영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이용자와의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또한 이용자는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고, SNS를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 입니다. 이로써 우리 모두가 안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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