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도 우리가 함께하는 방법
라일리와 감정 친구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다시 한번 스크린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전편 '인사이드 아웃'은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이라는 감정들이 11살 소녀 라일리의 마음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되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특히 국내 497만 관객이라는 흥행 성과에는 감정에 귀 기울이지 못한 채 훌쩍 커버린 ‘어른아이들’의 열광이 한몫했다죠. 슬픔이 기쁨의 방해물이 아니라, 기쁨과 함께 어우러져 라일리의 성장에 필수적인 감정이 된다는 영화의 교훈이 많은 어른아이들에게 공감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기쁨만큼, 우리의 삶에 슬픔과 외로움을 겪는 순간도 많다는 걸 이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이러한 성공에 힌트를 얻었던 것일까요? 제작진은 이번에도 우리의 감정 세계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성장한 주인공 라일리가 겪는 청소년기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포착했죠. “아이들뿐만 아니라 2030 세대 '어른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작진의 말처럼, CGV 예매 분석 결과, 인사이드 아웃의 주 관객층이 2030 세대로 나타났다는 점! 그래서일까요, 개봉 전부터 진행된 활발한 홍보 마케팅 속, 단순히 아이들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를 겪는 청소년기 및 성인들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즉 '어른아이들'이라는 타깃 관객층을 겨냥한 ‘인사이드 아웃 2’의 마케팅 전략, 에디터와 자세히 살펴보실까요?
<영화 속 세계를 전통문화와 결합한 각국의 포스터 아트>
'인사이드 아웃 2'는 개봉 전부터 각국의 독특한 포스터 아트가 화제를 모았는데요.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 공개된 포스터들은 각 나라의 문화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중국 버전의 포스터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얼굴을 한자 문자로 표현하여 동양적 미학을 드러낸 모습. 주인공 기쁨이의 중국 이름은 ‘즐기다 락(樂)’을 따서 ‘러러’가 되었네요. 또한 캐릭터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이나 포스터의 배경 역시 중국의 전통적인 건축물과 풍경을 활용했다는 점도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다음으로 한국 버전의 포스터는 영화 속 감정 캐릭터들을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타이틀 디자인 또한 한국적 미감이 돋보이는 서체로 표현하거나, 복을 기원하는 모란에 의미를 빗대어 소중한 성장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는데요. 풍속화 ‘서당’을 모티브로 하여 ‘버럭’ 훈장님의 호통까지 볼 수 있네요. 단순히 영화의 내용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문화적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각국의 포스터 아트. 이를 본 관람객들은 이러한 포스터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영화를 기대하게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 에어비앤비(Airbnb)의 감정 컨트롤 본부 속 컬처 아이콘과 실사판 체험 >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에어비앤비와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컬처 아이콘'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속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 세계를 현실로 구현했습니다. 무려 호스트가 ‘기쁨이’인 숙소에서 총 11개의 특별한 체험을 통해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제공한다고.
라일리의 감정을 직접 조절하실 수 있습니다.
익숙한 감정은 물론,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도요.
아무튼 우리 라일리, 잘 부탁드려요. 제가 정말 사랑하거든요!
(에어비앤비 호스트, 기쁨이)
‘컬처 아이콘’은 음악, 영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유명 인사들이 에어비앤비 호스트로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마케팅을 뜻합니다. 게다가 무료 또는 1인당 100달러 이내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는 점. 이러한 가격 정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에어비앤비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먼저 '특별한 기억 구슬 만들기'는 투숙객들이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구슬에 담아보는 프로그램으로, 라일리가 겪었던 감정의 여정을 따라가며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어지는 '감정 보물찾기' 프로그램에서는 투숙객들이 단서들을 따라가며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찾는다고. 이러한 에어비앤비의 감정 컨트롤 본부 운영은, 관객들에게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감정을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평생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 아닐까요? 라일리의 추억을 집으로 가져갈 순 없지만, 투숙객의 추억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겠네요!
<'인사이드 아웃 2'와 더마 브랜드 '닥터지(Dr.G)'의 특별한 콜라보 >
일반적으로 뷰티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구매 문턱이 낮고 다양한 컬러 활용이 가능한 메이크업 브랜드와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킨케어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더마 브랜드인 닥터지와 인사이드 아웃 2가 손잡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끄는데요. 콜라보의 이유는, 닥터지의 브랜드 컨셉과 캠페인 슬로건이 '인사이드 아웃 2'의 메시지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닥터지는 화상 콤플렉스를 겪으며 자란 피부과 전문의가 창업한 브랜드로, 피부를 넘어 소비자의 건강한 삶을 응원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사이드 아웃 2'가 전하는 내면의 성장과 자기 사랑의 메시지와도 잘 어울리죠. 또한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 '진정 강한 나를 위해'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영화의 주제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더불어 감정이 매일 새롭게 달라지는 것처럼 피부 컨디션 역시 매일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에 맞는 제품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센스까지. 영화와 브랜드의 공통된 스토리가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서로의 win-win을 도와준 사례입니다.
제품 구성 또한 인상적입니다. 토너부터 마스크팩까지 각 제품의 특성에 맞는 감정 캐릭터를 적용해 소장 욕구를 자극한 패키지로 출시되었기 때문. 예를 들어 토너의 경우 슬픔 캐릭터를 적용해 촉촉함을 이미지로 전달한 것처럼 말입니다. 단순한 캐릭터 활용을 넘어 소장 욕구를 자극함과 동시에, 두 브랜드의 공통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창출한 패키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모든 게 나였다. 그 전부가 세월이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이동진 평론가)
무수한 감정의 파도가 덮쳐와도 꿋꿋이 견뎌온 우리의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인사이드아웃 2’. 96분이라는 영화의 러닝타임 동안 ‘어른아이들’에게 ‘우리의 모든 모습도 괜찮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영화에서 멈추지 않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청소년기 및 성인 관객들까지 아우르며 영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그동안 부정적으로 여겨왔던 감정들을 공감과 이해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애니메이션 영화가 펼치던 기존의 아동 대상 마케팅에서 벗어나, 성장한 주인공과 함께 성인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영화 속 메시지를 일상에서 느끼도록 돕는 다양한 마케팅까지 관객이 함께하며, 그 시절 잘 다스리지 못한 저마다의 감정에 이제는 잘 지내자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인사이드 아웃 2'가 관객들과 깊이 공감하는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