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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대디 Oct 10. 2023

최인호의 인생꽃밭

최인호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이 계절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읽기에 좋은 글들이었다. 작가의 수많은 소설 중 “상도” 하나읽어본 최인호 작가의 초보 독자지만, 인생의 전환점마다 몇 번이나 읽었던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였고, 많은 깨달음을 주었기에 최인호 작가는 나에게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분이다.


이번 책이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아 재출간된 것이기는 하나 처음 읽는 나에게는 최신작이나 다름이 없었고, 내용 또한 기대만큼 좋았다.


인생의 깨달음, 아내에 대한 사랑, 종교적인 관점,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나 친구 이야기, 가족사, 사회 문제, 죽음에 관한 이야기 등 지혜가 담긴 글들이 무겁지 않은 문체로 쓰여 있었고, 반전과 위트가 많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특히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쓰신걸 보니 사랑이 각별하셨던 모양이다.


“인생이란 짧은 기간이라고 플라톤이 말했던가.

나는 지금 그 망명에서 손꼽아 유배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형수와 같다. 내 전생前生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이제 금생今生에 살고 있다.“ (p. 22)


“우리의 삶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 지상에 머물러 있는 그때까지 나의 태양이여, 나에게 뜨거운 열정을 다오.“ (p. 42)


“…아내여, 언젠가는 그대가 돌아오라는 작별인사를 한다 하더라도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일이 머지않았으므로 내가 아파트 복도를 지날 때까지만이라도 문밖에서 나를 지켜봐 주구려.” (p. 126)


“잘난 체하지 마라. 남의 칭찬을 너무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마라. 인간임을 잊지 마라. 지금 꽃을 던지는 저 사람들이 언젠가는 돌을 던질지 모르는 일이다.” (p. 137)


모든 글들이 작가가 활동하던 당시의 상황과 문제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들이라 요새 MZ세대들이 읽기에 다소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인생의 내공이 닮긴 보편적인 글들이 대부분이라 오래오래 곁에 두고 한 번씩 꺼내보면 좋을 책이었다.


조선시대 유생 최한경이 지은 연시 중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坐中花園 膽彼夭葉”란 구절에서 ‘꽃밭’이란 제목을 빌려왔다고 서문에 쓰셨고,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인생이란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셨다.

어찌 이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을 찬란한 꽃들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한 번이라도 더 미소 지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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