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지 Sep 08. 2023

같은 여행, 다른 결과

로드 무비 두 편, <인투 더 와일드>와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별 계획 없이 떠난 2박 3일의 휴가의 테마는 하나였다. 자연에 있기. 숲을 느끼기.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약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동네에서 휴양을 즐겼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기보다는 그저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초록을 보고,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특별한 활동을 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과 영화도 많이 가지고 갔는데, 이때 본 두 영화가 바로 <인투 더 와일드>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둘 다 로드 무비인데, 느낀 건 로드무비는 여행 중에 보면 제맛이라는 것! 확실히 영화를 볼 때 집중도와 공감대가 높아진다. 


영화배우 숀 펜이 감독한 <인투 더 와일드>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독 이름을 듣고 놀랐다. 배우가 좋은 영화감독인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로드 무비의 묘미는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직접 여행의 경험의 전달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 느낌을 생생히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 편집한 스토리 진행 방식은 큰 갈등이 없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관객들이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수 있도록 한 효과적인 방식이었던 것 같다.


인간 사회와 문명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똑똑하고 호기로운 한 20대 청년의 여행.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톨스토이를 자유자재로 인용할 수 있을 만큼 반문명주의, 반자본주의, 자연주의를 간절히 표방했던 크리스는 부모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국가 준 주민등록증도 버리고, 하버드대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모아둔 돈은 몽땅 구호단체 옥스팜에 기부해 버린 후, 무일푼으로 자신의 똥차 한 대만 몰고 미주 여행을 떠난다.


영화 <인투 더 와일드>의 실존 인물 Chris McCandless

그다음으로 본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로드 무비이다. 1952년, 아르헨티나의 두 열혈 청년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는 의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중남미 여행을 떠난다. "힘센 놈(The Mighty One)"이라고 이름 붙인 낡아빠진 오토바이와 함께. 


어깨에 힘들어간 반문명주의와 반자본주의 같은 이념 따위는 개뿔, 좌충우돌 패기가 넘치는 이 두 청년의 관심은 중남미 나라마다, 아니 방문하는 마을마다 예쁜 처녀와 불타는 하룻밤을 보내는 것. 


그러나 이 두 여행의 결과는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인투 더 와일드>의 크리스는 자신을 낳고 길러준 가족은 물론 친구들과 연을 완전히 끊음으로써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과 도움의 손길도 뿌리친 채 자유를 표방한다는 명목으로 떠난 이 이기적이고도 오만한 여행의 결과는 알래스카의 대자연에 고립된 채 삼켜지는 것.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일기에 남긴 말은 "행복은 나눌 때에만 진짜가 된다"는 말.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Happiness is only real when shared"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에르네스토는 우리가 모두 아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다. 시작은 철없는 청년이었지만, 알베르토와 함께 중남미 대륙의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중남미 대륙의 원주민이 일군 위대한 문명, 유럽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피해, 부의 불평등을 목도한다. 그리고 그의 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건 영웅담이 아니다. 비슷한 열망과 꿈을 가진 두 청년이 함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을 뿐이다. 우리 시야가 좁았던 건 아닐까? 편견이 있었나? 성급하진 않았나? 잘못된 결론을 내렸던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이번 여행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체 게바라는 자신의 여생을 민중의 혁명을 위해 바친다. 아르헨티나에서 의사로 편하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판 다른 나라인 쿠바에서 혁명을 성공시킨 후, 쿠바에서 고위 공직자로 편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사라졌다가 콩고에서 또 다른 혁명을 위해 헌신한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이르러 "이 시대에서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모터 사이클다이어리>는 영화 자체로 보자면 입체감이 없고 밋밋하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즈음에 봤었는데 하나도 기억나는 장면이 없었다. 그런데 다시 봤더니 왜 그런지 알겠다. 크게 와닿는 부분도 없고, 보고 나면 그냥 "좋네" 하는 끝나는 정도? 여운도 크지 않다. 영화 마지막에 함께 여행한, 이제는 (영화가 나올 시점에) 88세 노인이 된 알베르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아름다운 장면이 돋보이는 서부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