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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희 Jul 10. 2023

라벤더 뻬쓰띠벌

휴일이다. 아들이 라벤더 축제가 있다고 한다. 물귀신 같은 집안일들을 이유불문, 밀어제치고 먼 길을 자동차로 달려 정읍 땅 산자락에 도착하다.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고 하늘은 보기 드물게 파랗다. 언덕 위 하얀 카페가 멋을 부리고 수만 평의 산비탈엔 라벤더 보랏빛 물결이 바람을 타고 일렁거린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인연으로 짝을 맺어 팔짱을 끼고 찾아든다. 꿀을 모으는 벌들, 나비들, 소리 없는 북새통이다.


라벤더 꽃망울은 보라색의 작은 별들 같다. 향기로운 풀밭에 빛나는 보석들이다. 지중해 햇살을 담은 듯한 라벤더는 꽃과 잎, 줄기까지 온통 향기롭다. 보랏빛 아이스크림에서도 상쾌한 향기가 나는데 이 세상에서 처음 느껴본 맛이다. 짜증스러운 쉰내를 마법처럼 씻어 주는 상쾌함이다. 두 눈에 다 담을 수 없어서 수 없이 핸드폰 셔터를 눌러 보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같이 왔다면 좋아했을 친정어머니 얼굴, 둘째 얼굴, 얼굴들.


라벤더 꽃다발이 동이 날까 봐 서둘러 한 다발 사서 안는다.


돌아오는 차 안에 가득한 라벤더 향기는 선물 같은 상쾌한 행복이다. 오늘 밤은 모처럼 단잠에 푸욱 들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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