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8일째 기록)
아무리 해도 티가 안 나는 일이 있다.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과 먼지는 모아서 버려도, 돌아서면 또 나온다. 화장실의 줄눈와 물때를 싹 닦아도, 조금만 지나면 색이 변한다. 씽크대 배수구의 찌꺼기까지 넣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도, 요리를 한 번 하면 통이 가득찬다. 그렇다. 집안일을 말하는 것이다. 결혼 전에는 나의 영역만 나름의 질서에 맞게 깔끔함을 유지하면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우리의 공간을 만들면서 집을 관리하는 일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김집사'를 자처하며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콩나물을 다듬는 건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은, 그야말로 티가 안 나는 일이었다. 끝 뿌리를 제거하고, 머리 부분이 썩었다면 제거한 뒤에 깨끗한 것을 모아놓는 작업. 열 개 정도만 한다면 끊어질 때의 기분좋은 '똑'소리를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100원 동전 크기라면? 500원 동전 크기라면? 바라만 봐도 뒷목이 뻐근해진다. 그제야 내가 한 지금까지의 일은 집안일이라기에 너무 작은 부분이었단 걸 깨달았다. 다듬은 콩나물로 국을 끓이는 과정, 무치는 과정, 데쳐서 콩나물밥을 만드는 과정까지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란! 콩나물 머리처럼 고개가 숙여졌다.
'끝내 이루리라.'라는 문장을 믿는다. 언제 정리되나 싶은 콩나물이 가지런해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목소리도 노력하면 공명감이 생긴다. 안 될 것 같은 발음도 연습하면 정확해진다. 어색했던 뉴스와 진행자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 중의 하나다. 그래서 다시 반복한다. 지금 티가 나지 않더라도 분명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닿아, 마음을 건드릴테니까. 청소가 끝나고, 지는 해가 들어와 더욱 빛이 나는 거실처럼.
+ 다듬은 콩나물 비빔밥을 유아식으로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도, 끝내 이루어낸 주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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