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일째 기록)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계획대로 되길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 많다. 그 중에 하나는 아이의 낮잠이다. 주말 오후 2시가 되면 봄과 하품 사이의 전투가 펼쳐진다. 아이는 입을 쩍 벌리고 눈물을 찔끔 나게 하는 하품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부모와 더 놀고 싶어서 가까스로 버틴다. 아이의 건강한 바이오리듬을 위한 공식적인 이유와 주말이라도 잠깐 눈을 붙이고 싶은 비공식적인 이유로, 아내와 나는 봄에게 잠을 권한다. 엄마와 아빠가 먼저 아이의 방에 들어가 눕는다. 조금 놀다가 부모 곁에 누워 잠들면 다행이겠지만, 지난 주말은 달랐다.
시체놀이를 하는 부모와 다르게, 아이는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똑똑'놀이를 시작했다. '똑똑'은 '쿵쿵'으로, '쾅쾅'으로 데시벨을 키웠다. 급기야 엄마, 아빠의 어깨를 잡고 일어나라고 울기 시작했다. 정작 울고 싶은 건 아빠라는 생각이 마음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아이를 향해 날선 질문을 던졌다. "오늘 왜 이래? 정말!"
폭풍같은 짜증이 가라앉은 후에야 평소와 다른 내 모습이 보였다. 편두통으로 며칠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전 날, 두 돌을 축하하는 자리와 식사 대접으로 녹초가 되어 있었다. 아이의 낮잠만큼, 아빠의 바이오리듬도 중요했다. 아이에게 왜 안자냐고 묻기 전에, 내가 잘 자고 있는지를 점검했어야 했다. 그제야 알게 된다. 부모라는 토양이 비옥해야, 아이라는 나무가 건강한 떡잎을 낸다는 것을.
일상다반사라는 단어가 담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는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울창한 숲과 산맥 아래에도,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아래에도 굳건한 땅이 있음을 기억한다. 잘 먹고, 잘 자고, 밝게 생각하며 '아버지'라는 땅을 일군다. 그 위에 비바람이 불든, 거친 파도가 일든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