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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아범 일기 Jun 06. 2024

#22 너는 어떤 아이야?

(785일의 기록)


 마이크 앞에 서는 일은 평가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준비생 때는 수많은 면접에서 평가를 받았다. 아나운서로 일하며 외모, 음성, 발음, 인터뷰 내용을 평가 받았다. 대부분은 불합격과 개선점으로 돌아왔다. 모든 피드백을 자극으로 삼아서 밝은 인상과 나만의 음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확한 발음과 간결하면서 연결이 되는 질문을 연구했다. 더 좋은 진행자가 되기 위한 노력 밑에는 부족한 나를 채찍질하는 자책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와 너무 가벼운 톤. 부족한 어미 처리와 이불킥을 할 만한 실수들. 자괴감에 사로잡힌 날들이 많았다.

 

 처음 아이가 자신을 때릴 때는 힘이 넘치는 아이의 실수라고 여겼다. 때릴 때마다 "나빠! 안 돼!"'를 단단히 알려주면서 이유를 파악했다. 시작은 가족들의 칭찬이었다. "우리 봄이 잘생겼네. 봄이 너무 예쁘다. 너무 귀여워!"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의 머리를 때렸다. 팔을 막아도 소용없었다. 봄은 자신을 때리면서 부모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난 예쁘지 않아요! 난 잘생기지 않았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끝없이 자책하던 아빠의 20대 모습이 겹쳐져서 아이를 더 꽉 안아주었다.



 너는 귀엽다. 너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워.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서 아이와 함께 해주시는 이모님이 써 주신 글귀를 보고 코 끝이 시큰했다. 봄이 자신을 때리는 횟수가 잦아드는 데는 흐르는 시간만큼 무한한 사랑이 있었다. 끝없이 말해주신 이모님의 사랑덕에, 매일 밤 잠들 때까지 침대에서 사랑해를 되뇌는 엄마의 사랑덕에, 퇴근하고 10초를 안아주는 아빠의 사랑덕에 아이는 서서히 깨달았을거라 생각한다. 난 사랑받고 있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주는 말이 예쁘다고. 그러니까 나는 귀엽고 예쁘다고.

아이에게 전하는 말을 나 자신에게도 전한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겠다 약속한 결혼생활.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겠다고 다짐한 육아. 그 바탕에는 나를 향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걸 기억한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였고, 아빠라는 것. 부족함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 아끼겠다는 것. 그렇게, 사랑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초보아범.


+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유의할 점은 아이의 외모, 체중, 키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칭찬도 포함. 칭찬을 하면 못생겼을 때 가치가 없는걸까 오해를 할 수 있다고. 성실함, 열정과 땀을 칭찬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길 바라며. (feat. 오은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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