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새로이 만나는 청년
배가 고팠다. 끼니때마다 뭔가를 씹기는 했다. 염도가 궁금해지는 짭조름한 삼각김밥. 이렇게 김치가 많을 거면 메뉴 폰트에 김치를 더 키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학생 식당의 김치 제육 덮밥. 카페 아르바이트 중에 욱여넣는 샌드위치. 매번 먹기는 죄책감이 들어서 가끔 즐기는 햄 치즈 토스트와 치킨마요 덮밥. 대부분 밖에서, 있는 형편에 먹는 것들이라 집에서 하는 식사가 귀했다. 다만, 어머니가 계실 때의 이야기였다. 매주 수요일마다 그녀는 늦게까지 종교활동을 다녀왔다. 저녁 식탁의 구세주가 없는 날이면, 직접 뭔가를 해 먹어야 했다. 냉동실에 잠자고 있는 떡갈비를 깨웠다.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둘렀다. 팅-팅팅팅-탱-탱탱탱. 프라이팬 놀이를 하듯 언 갈비가 달궈진 팬에 떨어졌다. 얼음이 녹은 물과 기름이 닿으면? 튄다. 그들만의 축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내 손에라도 닿으면 약한 화상이었다. 이크. 타버렸다. 뭐 어떤가. 암에 걸리려면 한 트럭을 먹어야 한다는데. 이대로라면 죽을 때까지 소형차 한 대 정도만 먹지 않을까. 고기의 깊은 곳까지 익은 걸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갖춰먹는 것보다 빨리 먹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큰 국그릇에 밥을 주걱으로 두어 번 퍼 넣었다. 그 위에 떡갈비를 되는대로 얹었다. 주말에 챙겨보지 못해 미리 다운로드하여 놓은 예능을 틀었다. 화면과 밥과 떡갈비를 즐겼다. 예능이 맛있었다. 떡갈비가 재밌었다. 어라.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아무렴 어떠랴. 입 안에 가득 찬 무언가를 씹었다. 이제 살겠다. 배부르다. 주문을 외우며.
이 음식으로 배가 찰까 싶었다. 채 썬 양배추와 당근. 아보카도와 삶은 달걀.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가 얹어진 샐러드 그릇이 식탁에 놓였다. 처가에서의 아침. 장모인 D의 아침상이었다. 그릇의 크기를 보고 앞선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앞접시도 아니오. 밥그릇도 아니오. 국그릇도 아니오. 비빔밥을 만들 때나 봤던 양푼 크기의 나무 볼을 가득 채운 채소가 나를 압도했다. 샐러드로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에게 하는 우스개 소리가 생각났다. 코끼리도 풀만 먹는다. 하루에 0.1톤을 먹어서 그렇지. 피식하며 넘겼던 말을 현실로 만날 줄은 몰랐다. 아내에게 전설처럼 들은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색소가 들어갔다며 먹지 못했던 초코우유와 딸기우유. 수육을 삶아도 제거해야 했던 돼지고기의 기름. 배달 치킨 대신 직접 만들어서 주는 닭강정. 그중에 제일 놀라운 것은 롤케이크였다. 손님의 선물로 들어온 롤케이크를 아내와 처남은 군침만 흘리며 바라보아야만 했다. D는 말려있는 빵을 살살 펴냈다. 케이크의 한쪽 단면에는 소복하게 쌓인 생크림이 있었다. 그녀는 정교한 손놀림으로 크림을 발라냈다. 하얀 옷이 너무 벗겨져서 빵이 춥지는 않을지 걱정될 즈음. 돌돌돌. 조심스럽게 빵을 다시 말았다. 자녀들은 롤케이크를 먹기는 했다. 그 안에 크림이 없다고는 말을 안 했을 뿐이다. 먹는 게 건강에 제일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장모님은 왜 이렇게까지 하셨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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