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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P Apr 17. 2023

아기가 불편해

아빠의 성장기 




결혼을 하기 전 과거의 나는,


아이들, 아기들이 불편한 사람으로 3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고 표현은 울음으로 대신했으며


행동에 조심스러움이 없어 불안함이란 마음을


나에게 전가시키는 존재였다.


예민한 귀를 장착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는 성격을 가진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일련의 행태들이 굉장히 거슬렸고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불편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바깥으로


‘표출시키지는 않았다. 어떠한 방식으로의 표현, 표출은


타인에 대한 내 의사 전달의 의미 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 따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성격 탓에


그런 환경에 노출되면 그냥 참거나 자리를 피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상황에 근처에 아기 탑승객이 있다면


가장 멀리 떨어진 빈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아기들이 왜 사랑스러운지, 그게 어떤 포인트인지


전혀 공감을 못하는 그저 그런 무미건조한 인간형이었다.


그런 메마른 사람이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

.


모든 것이 바뀌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하는


기적이 나에게…..


.

.


나타나진 않았다…



그저 아기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내 동생의 얼굴과 더 닮은


아기였다..


내 아기인데 왜 내 동생의 얼굴이 있지????


그렇게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조그마한 포션으로


불편하기만 했던 아기라는 존재가 내 마음에 다가왔다.


아내는 출산 후, 집 근처 산후조리원에 들어갔고


난 매일을 퇴근 후에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조리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바로 아내가 머무르는 방으로 직진했고


아내는 “우리 OO이 보고 왔어? “라고 물었고 이내 난


“아니, 바로 이리로 왔는데?”라는 대답에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정이 없냐는 둥 아기에 대한


마음이 안 생기냐는 둥 온갖 핀잔 비슷한 잔소리를


연거푸 듣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 마음이 안 생기는데 어떻게 하지… 감정이 없나?


난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






그렇게 우리는 세 가족이 되어 집에 돌아왔고


그때부터 예민했던 나의 감각은 나를 괴롭히는 무기가 되어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댔고 밤사이도 몇 번이나 깨서


보채어 우유를 물려줘야만 했다.


내 삶은 아내와 더불어 피폐해졌고 더더욱 아기라는 존재는


가까워지기는 커녕 불편함의 요소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렇게 100일여 지났을까, 우리에게도 말로만 듣던 


100일의 기적이 찾아왔다. 아기가 갑자기 밤에 


4,5 시간 정도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뭐가 잘 못 된 것은 아닌지 불안했고


살짝 건드려도 보고 숨은 쉬고 있나 확인도 해보고


안 자도 걱정, 잘 자도 걱정, 아기라는 존재는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런 하루하루를 


선사해 주는 역할로 내 인생에 들어왔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하고 


또, 부족했다.  


하지만 아기는 감사하게도 크게 아픈 곳 없이 


그동안 잘 자라왔고 제법 눈도 마주치며 


뭐라 뭐라 옹알옹알거렸다. 


'응? 무슨 소리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계산적이고 논리적인 것만 머릿속에 가득히 채운 난


그것조차 무의식적으로 분석하려 들었다.


그렇게 아기는 표현했고 나는 내 방식대로 분석을 하며


아기와 유대감을 형성해 나갔다. 


평소의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대상에 대하여 


별 관심을 주지 않으며 사람이라도 말이 잘 안 통하면


대화를 이어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아버지로부터 배웠고, 말을 하다 조금이라도 


문맥상 맞지 않는 소리를 내뱉으면 바로 커트를 


당했다. '그게 무슨 이야기야? 말이 안 맞잖아.'


어린 시절 아버지와 대화하는 게 좀 힘들었다. 


항상 주의해야 했고 긴장을 놓치면 안 되었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주제나 논점이 


있어야 했고 항상 결론을 잘 도출해 내야만 했다.


그런 스타일의 남자사람이 아기와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아기는 감정을 표현했고, 


나는 머리로 받아들였다.'



아, 나는 소통을 하는 방식을 몰랐구나. 

그래서 아기가 불편하기만 했던 거구나!


항상 내 방식대로 이기적인 소통을 하려는 


안일함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생각지 못하고


대화라는 표현 방식으로만 상황을 계산하고 있구나...


그제야 느껴졌고 아기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기의 마음이 느껴졌고, 


나도 마음을 건네주었다.'


 





이렇게 아이가 내게 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내 인생에 들어와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그것으로 부터 


배우면서 생각과 마음을 같이 키워나가며,


더 풍부한 감정을 나 같은 메마른 사람에게 


부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이제는 어딜 가도 주위에 아기가 운다거나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어도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한창 그럴 때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랑을 담은 눈길이 더 간다.


  


아기는 자라나지만 난 그것으로부터 배운다. 


아직 배울게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서 더 


기대가 되고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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