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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P Apr 19. 2023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

나의 하경 스토리



9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다시 9년의 서울 생활을 떠나


지방의 소도시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익숙지 않은 사투리에


"네? 어떻게 된다고요?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라는 말이 종종 튀어나올 정도로


겉도는 느낌의 이방인 생활을 이어갔고


내가 살던 곳과는 사람들의 분위기와 색깔이


많이 다름을 느끼면서


'이 좁은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이렇게 사람들의 특색이 형성될 수도 있구나'


깨달았다.


서울 사람들은 보통 남의 일에 별 관심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성향이 좀 짙고


귀찮은 일에 연류가 되길 극히 꺼리며


남으로부터 받는 피해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좀 불편한 느낌이 들면 바로바로


이야기를 꺼내 그 불편함을 해소해 버린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몇 명이 사는지도 잘 모른다.


그렇게 외부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


관심이란 것을 흥미나 호기심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단 '신경을 쓴다'라는 시점으로


바라봤을 때 '배려'라는 단어로도 연관된다.


예를 들어, 내가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경우가 있고,


우리 아랫집에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 살고 있다면


바닥에 매트를 깔아 놓더라도 아이들이 뛴다거나


소란을 피우면 바로바로 제지를 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이렇게 관심이라는 것은


자신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 또한 정중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어서


상호 간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오히려


돈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뭐든 그렇겠지만 지나친 관심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상대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무언가를 침해당한다고 생각 들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럼 어느 정도의 관심이 남으로 하여금


기분 좋은 배려의 느낌이 드는 관심일까?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 정착한 지 햇수로 4년 차가


되었고 이제는 위화 감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집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려고 보니 블라인드를 벽에 고정시키는


클립 비슷한 철물이 없어져버려 그게 필요한때 였다.


그 클립의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찾을 수라도 있지,


그 쇠붙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몰라 인터넷 검색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인테리어가게


아니면, 철물점으로 전화를 걸어 그 쇠붙이가


있냐고 물어볼 심산이었다.


인테리어 가게에 전화를 걸었고, 수화음이 세 번쯤


울렸을 때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우선,


그 쇠붙이가 뭐라고 불리는지 모른다는 자초지종을


설명드렸고, 그것이 필요한데 갖고 계시냐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사장님은 본인의 상점에는 '그런 물건이 없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전화를 끊는 게


내 경험선에 있는 플로우다.


그런데....


.

.

.


그 사장님은 "아, 브라켓!" 이라고 나에게 이름을


알려 주셨고,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말씀하시고는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010.****.**** 이쪽으로 전화해 보세요.


거기는 아마 있을 겁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정말 감사하다고 표현을 하고 전화를


마치고는 '왜 이렇게 까지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신경을 써주시지?'라는 감사함과 더불어


의아함도 생겼다.





이곳에서 처음 아이들이 다니게 된 어린이집이


있었다. 아이들이 처음 등원을 하게 되면 낯설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 적응기간에 들어간다.


적응기간은 아이마다 다르지만 며칠간 아이의


부모 중 한 명이 원에 같이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주고 밥도 먹여주고 하는 일종의


편안하게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를 봐주시는 선생님께서는 40대 정도로


보이셨고 아들이 중학생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아드님이 공부는 안 하고 매일 게임만


하고 말도 안 듣고 속상하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다.


"어떻게 하면 공부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을까요?"


라고 갑자기 질문을 받았다.


좀 당황스러운 상황에 이런 종류의 질문을 나에게


던지시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갑자기요?'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름 생각을 정리해서


'이런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변을 드렸다.


그런데,,,,


.

.

.


그때부터 질문 공세는 시작되었다.


"어디에서 살다 오셨어요?"

"여기에 친척분은 안 계신가요?"

"어떻게 오게 되신 거예요?"

"지금 사시는 동네가 어디예요?"  

"무슨 일 하세요?"

"살던 곳을 떠나오셔서 힘든 건 없으세요?"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매우 관심이 많으셨다.'


무슨 호적조사 당하는 느낌이었다.







처음 이사 와서 살던 집 아파트에는


같은 층에 옆집이 있었다.


항상 조용했고 사람 드나드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해서 빈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벨이 울리더니


인터폰으로 비친 사람은 아기를 안고 있는


아기엄마로 보였다.


"누구세요?"


"옆집인데요."


'???? 옆집?? 빈집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옆집에서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만요." 하고


문을 열어줬다.


아기엄마는 손에 들린 커다랗고 투명한 봉투를


내밀며 "저희 집에서 보내주신 건데


맛있어서 좀 드셔보시라고요." 라며


복숭아가 가득 담긴 선물을 넘겨주시는 거였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전달하고 감사히 잘 먹겠다는


인사를 드린 후에 문을 닫았고,


손에 들린 복숭아를 바라보았다.






'이곳 사람들은 참 정이 많구나'


'인테리어가게 사장님은 타인에 대해 관심을 파악해서


도와주셨고 어린이집 선생님은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물어본 것이고


옆집 아기엄마는 우리 집에 애들 소리가 나니까


같이 애 키우는 집에 관심이 생겨 선물을 갖다 주신거구나.'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이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있다.


운전할 때 신호가 바뀌어 앞차가 출발을 안 해도


느긋하게 기다리고 빠져나가기 힘든


골목길에서 다른 차를 마주하면 먼저 양보한다.


나와 일면식도 없더라도 어떻게든 연결고리가


형성된다면 관심을 두고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게 된다. 이렇게 타지로 오게 돼서


관심은 배려가 될 수 있다는 미덕을


환경을 통해 또 한 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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