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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Nov 10. 2023

왜 미국 오면 먹지도 않던 김치가 땡길까

김치 찾다가 직접 해 먹기

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도대체 왜 미국에만 오면 한식과 더불어 김치가 더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한국에 가면 막상 김치를 찾아서 먹는 것도 아닌데 반대로 미국에 돌아오면 김치에 환장에 있는 사람같이 행동할 때가 종종 있다. 문제는 맛있는 한국 김치를 찾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한식이 유명해지면서 미국 사람들도 김치를 찾아서 먹곤 한다. 아시안 마트에 가면 백인 아주머니들이 김치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김치가 너무 맛있다면서 어떤 김치가 맛있냐를 시작으로 스몰토크가 시작되곤 한다. 심지어 콘퍼런스에 가서도 내가 한국인인걸 아는 순간 제품 설명이나 발표 대신에 김치찌개가 어쩌고 평택 미군 기지 근처의 음식점이 불라불라로 내가 볼 때는 더 이상 스몰하지 않은 스몰 토크를 하는 곳이 바로 미국 남부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 파는 김치들은 아무래도 현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덜 맵게 만들어지며 도대체 몇 년 전의 웰빙이 한식과 함께 다시 찾아오면서 덜 짜게 만들어진 김치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김치가 만인의 음식이 되어간다는 점에서 고마울 따름이지만 한국의 칼국수 집에서 먹는 김치가 당길 때면 다소 힘든 부분이 있다.


다행히도 내 친구 어머니가 가끔씩 에이미와 더불어 내가 먹을 김치도 챙겨주시곤 하시는데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요리용 묵은지나 배추김치는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어머니가 챙겨주실 때마다 마음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왜냐하면 나도 한국 샤이 아재이기 때문에 내 친구한테 표현하는 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다만 조용히 냥이들 화장실 청소를 한번 더 할 뿐이다.

출근하려고 불 켰더니 눈부시다고 저러고 있다.

아무튼 한국이 그리워서인지는 몰라도 왠지 모르게 김치가 들어간 요리를 자주 해 먹거나 김치를 만들어 먹곤 한다. 마침 파김치가 당겨서 파김치를 하고 뿌리는 뒷마당에 심어서 키워보기 위해 마트에서 파를 샀다. 한국에서도 주말마다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더니만 미국 와서도 농업 쪽으로 연구를 하고 심지어 집 뒷마당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농업이 적성인가 보다. 


미국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파 종류로는 그린 어니언과 릭이 있는데 릭은 너무 크다 보니 나는 주로 그린 어니언이라고 불리는 파를 자주 요리에 사용한다. 가격도 2단에 1달러 정도였었는데 지금은 한단에 1달러 정도로 가격이 오르긴 했어도 저렴한 편이다. 일단 미국 남부의 경우에는 주변에 농장도 많고 남미에서 물건들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보니, 식재료에 대한 가격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다. 물가가 올랐다고 했지만 솔직히 한국보다도 식재료 가격 면에 있어서는 훨씬 저렴하다.

뒷마당에서 키운 파, 아직 다 자라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고 먹었다.

내가 많은 김치 중에서 파김치를 소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 사는 모든 유학생들이 손쉽게 따라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김치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 보니 집안에 김치 양념 냄새가 진동하지 않아 신속하게 만들어 김치냄새로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간단한 파김치 만드는 법에 대한 방법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다 보니 고수분들의 레시피를 참고해서 만들어주면 너무 좋다. 백종원 선생님께서도 우리처럼 타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간단히 만드는 법을 알려주시곤 하시는데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백종원 선생님 방식을 따라 해서 많이 해 먹다 보면 이상하게 배가 나오고 모든 룸메들의 얼굴이 커지기 시작한다. (맛있어서 그런가)

파를 잘 다듬어 준다. 대가 좀 굵어서 생각보다 오래 숙성시켜야지 김치가 잘 익는다.

파를 잘 다듬어 주고, 믹서기에 양념 재료들을 넣어준다. 매년 시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들만 먹을 거라면서 몇백 포기씩 김장을 했던 무서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는 항상 내 방식대로 김치를 만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나의 텍사스 룸메들은 풀을 만든다고 몇 시간 동안 냄비를 휘젓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파를 베이스로 하여 양념 속을 만들었다. 양파만 사용하니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 김치 양념이 시원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김치 양념을 만들 수 있어 집 안에 냄새가 베지 않아서 좋았다. 다만 믹서기는 잘 닦아줘야 한다. 스무디 먹다가 김치 냄새에 친구들이 홀리 셋이나 홀리몰리 마카로니를 외칠 수 도 있다. 근데 의외인 게 요즘 케이 푸드 영향으로 온갖 모든 것에 김치 양념을 넣어서 먹긴 한다.

풀 대신에 밥을 좀 넣어주면 된다.

고춧가루 넣고 섞어주면 사실상 모든 게 끝이다. 나는 상온 보관을 하려다가 금방 익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잘 익지 않는다. 파 자체가 굵다 보니 쪽파처럼 쉽게 양념이 베이지 않는다. 따라서 상온 보관을 좀 하다가 넣어두는 걸 추천한다. 나는 참지 못하고 매일 파김치를 꺼내서 익지 않았음에도 김치를 먹었다. 집 안에 남정네들이 많다 보니 고기반찬을 자주 해 먹는데 파김치를 만듦으로써 드디어 야채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이들도 많으면서 아직까지도 고기반찬이 있지 않으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다행히도 삼겹살이나 수육을 해주니 파김치랑 같이 잘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모양은 이상해도 맛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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