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반 대항 축구에서 1위를 했다고 말해오는 아이에게
'넌 뭐 했는데?'
'수비'
'그래'
하고는 대화를 끝낸 우리.
그 뒤로 며칠이 지났고
화장실 옆 벽에 있는 자석칠판에 상장이 하나 붙어있다.
축구 대회 1위 상장이다.
이에 대한 별다른 관심도 칭찬도 받지 못했던 아이가 가만히 상장을 가방에서 꺼내 그곳에 붙여 놓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참 무심한 내가 밉고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선뜻 나오지 않았던 '잘했다'라는 칭찬.
난 무얼 바라고 있는 것일까.
학교에서 성적표를 보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집에 가자마자 열심히 게임 중인 아이에게
'성적표 나왔다던데. 어디 줘봐라'라고 시동을 거는 나.
'아 맞다. 학교에 두고 왔다. 다음에 가져올게' 라며 게임용 마우스를 신나게 움직이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너.
'작년에도 그렇게 몇 달을 버티더니 결국 난 한 번도 너의 성적표를 본 적이 없네. 내일 학교 가서 가져와. 아니면 게임은 못할 것이야. '라고 협박하는 나.
'알았어.'라고 대충 대답하는 너.
그리고 다음 날, 게임을 시작할 시간이 될 즈음에서야
'게임할 거야.'라고 시동을 거는 너.
'성적표 안 가져왔잖아. 안돼.'라고 요때다 싶어 공격에 나서는 나.
'아 내일 학교 가서 가져올게. 그냥 하게 해 줘.'라고 조르기 공격에 나서는 너.
'내일은 일요일이야. 학교 문 안 열어.' 라며 승리의 썩소를 날리는 나.
잠시 뒤
'앗! 이런! 가방에 성적표가 있었네~?' 하며 성적표를 은근슬쩍 내미는 너.
‘야~~~~~!!’ 하며 폭탄을 퍼붓는 나.
당시 내가 집중한 것은 아이의 거짓말,
'앗 이런!' 따위의 어색한 연기를 하며 성적표를 꺼내오는 것도 그렇지만 성적표를 보아하니 공부의 흔적은 성적표 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동안 공부를 하겠다며 앉아 있던 기만들이 떠올라 또 그렇게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반대로 아이가 집중한 것은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뻔하다는 것. 어떤 응원도 격려도 받지 못할 거라는 것.
우린 서로가 보는 방향이 참 많이 다르다.
나도, 아이도 안쓰럽다.
나는 어떻게 아이를 키워왔던 것일까.
객관적으로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그럼에도 난 힘들다. 어쩌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