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최연소 센터장의 유능한 리더십

<시니어 다이어리 in 판교> 시리즈

by 오네시보로

시니어의 다이어리 in 판교 |

내가 만난 리더십 이야기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 덧 10년, 그동안 참 다양한 조직장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조직장이 있는데

내가 국제비영리단체 소속의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할 때 센터장님이셨다.

그분은 당시에도 해당 기관에서 최연소 센터장으로 유명했고, 업무 실력을 인정 받을 정도로 능력이 있는 분이었다.함께 일 해보니 참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분의 특징을 지금 생각해보니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었다.


구성원을 존중할 줄 알았고, 매사에 차분했다.
그리고 구성원에게 일을 맡길 줄 알았으며, 구성원이 이 일을 더 잘도록 성장하도록 도우셨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먹어서 얼굴이 벌개지더라도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늘 과묵한 것도 아니고 유쾌한 성격이기도 했다.
구성원의 아이디어에 "해봤는데 안돼" 보다는, "한 번 해보시죠" 를 우선하셨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당시 나는 그 센터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2년간 복무했다.

공익근무요원이라고 꾀 부리지 않고 나름 성실히 근무했던 터라 소집해제 이후에 센터로부터 "단기 계약직" 을 제안받았다. 기존 직원이 퇴사하면서 자리 공백이 있고, 신입사원을 배정 받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업무가 많다보니 도움이 필요해서였다.


센터장님의 키는 다소 작았지만,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처음 보는 (사실 아직 대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나에게 항상 존대하시며 가볍게 티타임을 하자고 제안하셨다.

나의 공익근무 경험을 관심 깊게 들어주셨고, 눈을 맞춰주었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이어리에 이것 저것 받아 적으시며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셨다. 마주치는 그 분의 눈빛은 예리했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의 눈빛)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정해주셨다. 공익근무를 할 때에도 했던 업무들이었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업무를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센터장님이 나를 옆 자리로 불러 앉히시더니, 본인이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몇 가지 팁들을 알려주시겠다고 하셨다.


유능한 리더가 알려주었던 유능한 꿀팁

첫째는, "One - Paper Report" 를 작성하는 법이었다.

바쁜 조직장들은 두꺼운 보고서를 일일이 읽을 시간이 없어서, 조직장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장의 종이로 보고서를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 한 장에 넣기 위해 글씨 포인트를 너무 줄여도 안 되고, 자간이 너무 좁아도 안 된다. 문서 여백이 너무 좁아도 안 된다. 글씨 포인트는 몇 정도에, 자간은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One - Paper Report 를 알려주시고는 곧장 나에게 리포트를 써오라고 하셨다.

나는 자리에 가서 리포트를 써서 출력했고, 센터장님은 부족한 점을 짚어주며 다시 수정해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열 번 정도를 시키시더니, 이 정도는 되어야 One - Paper Report로 쓸 만 하다며 칭찬하셨다.


중요한 점은, 나는 "단기 계약직" 이라는 것이다. 말이 계약직이지 사실상 정장 입고 출근해서 서무 업무만 하는 아르바이트다. 그런 나도 사회 초년생이고 조직 구성원이라며 팁을 하나 알려준 것이었다.


둘째는, "상위 조직장" 이 좋아하는 문서 스타일을 찾아본다 는 것이었다.

항상 새로운 상위 조직장이 부임을 하면, 인트라넷에서 해당 조직장이 직접 작성했던 서류나 해당 조직장이 결재완료 한 서류를 찾아보며 '아 이 조직장은 이런 스타일의 서류, 단어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을 익힌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접근하면 대부분 빠르게 서류 결재를 받고 그 조직장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팁은 상당히 도움이 됐다. 내가 처음 정규직으로 입사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센터장님이 알려주셨던 대로 나의 조직장이 작성한 이메일, 보고서 포맷들을 살펴보니 특징이 보였다. 그리고 이 포맷대로 이메일을 작성하고 리포트를 공유하면 대부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그 외에도 수시로 나를 불러 앉혀서 이것 저것 알려주셨는데,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계약직인 구성원마저 성장시키는 리더십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때의 나는 "단기 계약직" 이었다. 그것도 고작 6개월 일하고 말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센터장님은 나에게 거리를 두거나 차별하지 않았고, 나를 성장하도록 도우셨다.

내가 정규직으로 이 조직에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응원을 해주셨다.

업무 뿐 아니라 본인의 결혼 이야기, 집을 마련했던 이야기 등 사적인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누며 친밀함을 키우셨다.


리더는, 자신이 빛나기 위해 조직원들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을 성장시켜서 조직이 빛나게 하는 사람이 아닐까?


난 아직도 그 때의 센터장님을 생각하며, 내가 조금 더 멋진 시니어가 되고

언젠가 그 분처럼 다른 사람에게 본이 되는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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