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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an Apr 17. 2023

<번외>Midjourney로 비건 음식 이미지 만들기1

미드저니에서도 아직은 힘든 비건의 삶

AI 기술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기술이나 AI들이 주목을 받는지 뉴스를 찾아보는 편이다. 가끔 챗GPT와 대화를 해보기도 하고, Text to image AI를 이용해 친구들과 장난치듯 이미지를 만들어보긴 했다. 


그러다가 프롬프트라는 개념과 Midjourney를 알게 되고, Midjourney 베이직 플랜을 구독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쓰는 일은 이미 익숙하고 요리도 친숙하지만, 이미지를 직접 제작하는 일과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언어를 조금은 다룰 줄 아니까,라는 자신감으로 일단 뛰어들어봤다. 


근데 그것만 가지곤 안된다. 


첫 번째로는 피자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들었다. 누가 봐도 피자 같은 모습이지만, 알 수 없는 텍스트들이 있었고, 버섯의 모양이 영 이상하다. 


처음 시도해 본 이미지. 이미지 속 알 수 없는 텍스트는 비건과 피자라는 단어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는 비빔밥을 만들어봤다. 달걀은 적지 않았지만 네 개의 이미지에 전부 등장했다. 확실히 비빔밥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는 것 같고, 대부분 비빔밥의 사진 속에는 달걀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럴싸하긴 하지만 비건 비빔밥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던 나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재시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활용을 해보고 싶어 카툰과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더하고, 아예 비건 비빔밥을 주문했다. 달걀도 고기도 없다고 강조해 본다. 그렇지만 세 개의 이미지에서 달걀이 또 등장한다. 이미 세간에 널리 퍼진 "전형"이 "비건"이라는 단어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AI의 시대에도 비건의 삶은 쉽지만은 않다. 



달걀이 없는 이미지가 하나 나오긴 했으니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이미지가 다소 음울해진 건 블랙아우트라인이라는 단어를 썼기 때문 같다. 


미드저니에서 전형성을 피해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비빔밥 같은 고유 명사를 쓰기보단, 비빔밥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묘사하는 표현들을 사용해 프롬프트를 완성하는 게 낫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엔 비빔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비건 비빔밥에 들어갈만한 재료들을 입력했다.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엉성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미드저니 명령어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보다 구체적인 명령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배우며 진작에 좀 찾아볼걸 싶었다. 이제라도 찾은 게 어디냐면서 명령어와 기존에 내가 찍어둔 음식 사진을 사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봤다.



이전에 올린 해초비빔밥 사진을 링크를 걸어 첨부했는데, 명령어가 대충이었는지 말도 안 되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줬다. 당황스러운데 와중에 인종은 또 다 다른 게 코미디. 


참고로 아래 사진이 원래 이미지다. 약간 사람처럼 생긴 플레이팅이라 그런 걸까?




다시 시도한다. 배우는 과정이니까 될 때까지 해보기로 작정했다. 이번엔 음식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는 단어들을 넣었다. 


아트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것 같다. 그래서 플레이팅으로 단어를 수정하고 비빔밥 스타일도 입력한다. 혹시 모르니 비건이란 말도 덧붙였다. 



실패다. 그럴듯한 비빔밥 이미지가 나오긴 했는데, 달걀이 또 나왔다. 고기 같은 것도 있다. 역시 전형성을 이기긴 어렵다. 



드디어 채소만 가득한 무언가가 나오지만 다시 비빔밥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과연, 나는 비건 비빔밥 이미지를 미드저니로 완성할 수 있을까? 



그건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미드저니를 처음 사용해 본 완전 초보의 입장에서, 그리고 비건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몇 가지를 정리해보고 싶다.



- 미드저니는 일단 재밌다. 게다가 가끔 말도 안 되는 이미지로 웃음을 주게 된다. (물론 그게 반복되면 짜증이 나긴 한다.)

- 손재주나 이미지를 만드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도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 외주를 주는 것보다 저렴하게 원하는 이미지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 원하는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사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배움과 연습이 계속되어야 한다.

- 스테레오타입을 깨는 게 어렵다. 그럴 땐 잘 알려진 고유 명사나 단어를 쓰는 것보단 다른 접근 방법을 찾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 AI 기술 자체에 대한 논쟁이 많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고 배워보며 직접 체험해 보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참고로, 원래 자연스럽게 비건인 음식, 이미 잘 알려진 요리는 만들기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비건이고, 서구권에서도 많이 소비되는 후무스와 팔라펠은 별다른 명령어 고민 없이 쉽게 나온다. 


현실 세계에서 어려움을 자주 마주해야 하는 가치관을 가졌다면, AI 시대에도 아직은 남들보다 어렵게 가치관을 지향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며 미드저니 번외 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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