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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Dec 02. 2019

마음에 두 고향을 품는다는것.

그리스에서 보낸 십년. 그 후.


그리스로 유학을 떠난 이듬해인 2006년에 찍은 아테네의 중심, 신다그마에 걸린 태극기와 그리스 국기이다. 그리스 의회앞에 두 국기가 걸려있던 날 내 마음은 유난히 두근거렸고, 자랑스러웠다. 어쩌면 그 날부터 내 마음 속엔 이 사진처럼 두 개의 국기가 걸려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006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국빈 방희가 있어 아테네의 수도엔 태극기가 휘날렸다.)


유학 첫 해. 어쩌면 가장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한 일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문제와 생활, 적응 모든 것이 파도처럼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삶의 전반을 쓸어대던 일년.

그 일년이 지나고 폭풍같던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생활에 자신감을 얻어 마음에 기쁨이 충만하고 마음이 반짝이던 시기가 딱 그맘때였다. 모든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시간이 흘러 해를 거듭하며, 나는 10월(그리스에서는 10월에 새학기가 시작된다.)마다 그리스 생활 연차를 세기 시작했다. 아마 오년차 까지는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덤덤히 변화에 적응했던 것 같다. 육 년, 칠 년....구 년차가 되면서는 과연 이 시간에 끝이 있기는 한걸까 조바심에 몸서리치던 수많은 기억이 있다.


자그마치 10년.

긴 시간이지만 지나고보니 한여름밤의 꿈만같은 시간. 생전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딪혀 살아야하는 내 인생 가장 길고 긴 여행. 시간의 흐름속에 나 또한 서서히 그 곳의 생활과 문화에 깊이 적응하게 되었다.


막상 유학생활이 끝나고 돌아올즈음엔 다시 한국에 적응해야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원래 살던 곳인데, 그리고 해마다는 아니어도 기회가 될 때면 다녀가기도 했는데, 뭐 그렇게 어렵겠나 싶었다.


하지만 이십대, 대학 졸업 후 아직은 사회를 모를 때 한국을 떠난 나에게 삼십대가 되어 다시 시작하는 한국은 어렵고 이해 못 할 것 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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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글을 써두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한국에 돌아 온지 2년. 마음 속의 노스텔지어는 늘 깊어만 지고 있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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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임시저장만  두다 귀국한지 5년째 되는 해에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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