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애플의 배신
몇 년 전이었나, 해외 어느 맥북 사용자가 애플의 A/S에 열받아 애플 매장 앞에선가 맥북을 아주 박살을 내는 영상을 보며, 아니 내 사랑 애플이 대체 저이를 왜 화나게 했을까? 그렇다고 저 비싼 맥북을 저렇게 박살내면 고쳐 쓰지도 못할 텐데... 그의 분노에 공감하지 못한 채, 그저 애플타령을 되뇌었던 그때를 후회합니다.
사건 발생 후 약 5분 후인 2024년 7월 27일 오후 12시 39분, 진짜 애플 메일(no_reply@email.apple.com)로부터 친절한 메일이 날아옵니다.
Apple ID(나의 메일 주소)가 이전에 연결된 적 없는 컴퓨터 또는 기기에서 로드나인 구입에 방금 사용되었습니다. 마지막 구입 이후에 암호를 재설정한 경우에도 이 이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항목은 홍콩 스토어에서 구입했습니다.
실제로 구입했거나 마지막 구입 후 Apple ID 암호를 재설정했다면 이 메일은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구입을 하지 않았거나 타인이 내 계정에 접속한 것으로 의심되면 https://appleid.apple.com으로 이동하여 즉시 암호를 변경하십시오.
역시 애플! 그래, 난 태어나서 '로드나인'이라는 게임 자체가 있는 줄도 몰랐고, 홍콩 애플 스토어에는 접속조차 한 적이 없어! 그래, 역시 정의의 사도 애플은 누군가 내 계정을 해킹해 기어들어가서 남의 카드로 맘대로 구입한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히 '취소'라는 정당한 행위로 내게 보답할 거야.
같은 날인 2024년 7월 27일 오후 9시 47분, 애플로부터 환불 요청 접수 확인 메일을 받고, 하루 뒤인 7월 28일 오후 8시 07분, 환불 불가라는 메일을 받고, 다시 7월 28일 밤 10시 46분, 다시 환불 요청이 접수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다음날인 7월 29일 밤 9시 02분, 환불 불가라는 '최종 통보'를 받았습니다.
예전에 무료 어플인 줄 알았다가 유료로 전환된 경우, 구매할 의사가 없으나 정신이 나갔는지 어땠는지 실수로 구매를 했다가 제깍 환불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지라, 위와 같은 불법 해킹으로 인한 피해에는 당연히 즉시 환불이 될 것이라 믿었던 저의 믿음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1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한다는데, 그렇다면 14억 개의 애플 아이디가 생성이 되어, 아이클라우드도 구독하고, 어플도 결제하고 등등의 엄청난 금액의 돈이 허공 위를 날아다닐텐데, 2023년 총매출이 500조 원에 달한다는 거대 굴지의 글로벌 기업 애플에서, 14억 개 애플 아이디 중 하나가 해킹당해서 55만 원이 털린 상황을, 별다른 이유도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응, 환불 불가야. 그리고 이건 최종 결정이야 (네가 우리 애플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도는 없어)'라고 퉁치고 넘어가는 이 상황을 대체 어느 별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결국 14억 명 중의 한 명에 불과한 나 하나쯤 아이폰을 팀 쿡의 눈앞에서 가루가 되도록 박살을 낸다 한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괜스레 더욱 울분이 치솟더군요.
주말 동안 내내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일단 저와 비슷한 사고를 겪은 이들의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얼추 비슷한 경험을 쓴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애플과의 결별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고, 다음 글에서는 결제대행사인 엔에이치앤케이씨피와 2006년 이후 이용해 온 현대카드가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