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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의 여정 Sep 03. 2023

친구와 놀 줄 아는 아이, 친구와 놀이가 없는 아이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하는 건 심장한테 뛰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야. -야누슈 코르착, 폴란드 교육자


큰 아이와 둘째 아이가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잠시 할 때 놀란 점 중에 하나가 친구를 사귀고 만나기 위해서 학원을 다닌다는 것과 친구와 하는 놀이가 오직 전자게임인 것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친구를 사귀게 하려면 엄마가 학원을 알아보고 적당한 학원에 보내서, 거기서 만난 학원생들 중에 친구가 되는 식입니다.

그렇게 사귄 친구는 다음에 함께 하는 놀이가 보통 모여서 게임을 ‘각자’ 하는 겁니다.


저희 아이들은 둘다 집에서 게임은 거의 하질 않습니다. 대신 친구들과 주로 하는 건 ‘대화’입니다.

개인시간 보낼 때 보면 넷플릭스, Youtube 영상 보면서 낄낄거리는 모습은 천상 애들입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끊임없이 연락하고 소통하고, 만나서 놉니다.

둘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에는 어느 친구집에 모여 수다떨기를 하거나, 간단한 다과를 놓고 모여서 함께 이런 저런 보드게임과 playstation을 '함께' 하고, 운동을 하거나, 어느 식당이나 친구별장에 놀러가서 거기서 똑같이 이렇게 놀곤 합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언제 공부하고 성적 관리하냐고 말이죠.

이렇게 생활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미국 20위권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물론 가지 못한 친구도 있고, 가지 않은 친구도 있습니다. 그 모두가 친구입니다.

가지 못한 친구가 편입으로 시카고대학에 들어갈 때 함께 축하해 주더군요. 

대학 대신 지금은 아프리카와 유럽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고 대학을 가보겠다는 친구와는 그렇게 다니는 나라마다 올리는 사진을 보면서 인스타그램으로 여전히 소통합니다.

“이 녀석, 나중에 어떻게 될까?”라며 보여주는 사진에 저도 그 친구의 미래가 궁금해 집니다.


어느 쪽이 더 다양하고, 더 풍성한 인생을 꿈꾸고 그릴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이 알아야 할 놀이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짜 놀이란 아이들이 목적 없이 자발적, 주도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며 에너지 발산을 동반하는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합니다. 

진짜 놀이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서적, 지적, 사회적 발달에 도움을 주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진짜 놀이는 아이들의 흥미와 탐구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이가 논다는 것은 사실 우리 아이가 자발적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인 겁니다.


가짜 놀이란 놀이의 본질을 잃어버린 놀이를 말합니다. 

가짜 놀이는 어른들의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강요되거나, 부모의 성향과 방식에 따라 제한되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가짜 놀이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할뿐더러,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탐구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저해합니다.

학원에서 억지로 맞춰진 아이들간에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놀이가 진짜 놀이가 되려면 아무런 목적 없이 자발적으로, 정말 흥미를 갖고 이뤄지는 방식의 놀이여야 하겠지만 부모님의 의도를 갖고 만들어지는 가짜 놀이 속에 있는 아이들이 진정한 흥미와 창의력,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몰입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놀이를 함께 못하다 보니, 진정한 친구도 생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학교의 분위기가 배려보다는 경쟁이 먼저이다 보니 안 그래도 주변의 학우를 경쟁자로 더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놀이도 거의 없습니다.

진짜 놀이를 함께 하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놀이는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배움을 주는 중요한 활동이고, 그 가운데 형성된 친구라는 관계는 깊이 있는 인간관계로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력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놀이를 함께 하는 친구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놀이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감정을 공감하고, 규칙을 지키고, 도움을 주고 받는 친구, 서로에게 도전과 자극을 주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는 친구, 서로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친구, 그래서 서로의 유머감각을 공유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즐기는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건 풍요롭고 다채로운 인생의 그림을 함께 그릴 가능성을 높여줄 겁니다.






영화 맨인블랙 주연인 토미 리 존스와 미국 부통령이었던 앨고어의 하버드대학 인연은 유명합니다.

둘은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절친입니다.

헐리우드를 꿈꾸는 토미 리 존스와 정치인을 꿈꾸는 앨고어.

이 둘의 인연은 하버드대학 기숙사에서 시작합니다. 

둘은 룸메이트로 처음 만나 1965년부터 1969년까지 던스터 하우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영문학도였던 토미 리 존스는 미식축구팀의 쿼터백으로 활약했고, 앨고어는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학교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아마도 둘은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꾸고, 도전하는 모습에 서로가 묘한 매력을 느꼈을 겁니다.

서로의 꿈을 얘기하고, 그걸 응원해 주면서, 그렇게 오간 공감과 기억이 졸업 후에도 절친으로 남게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관계는 졸업 후에도 계속 됩니다.

1993년에 앨 고어가 부통령에 취임할 때 토미 리 존스를 초대했고, 2007년 앨 고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때에도 토미 리 존스는 시상식에 함께 합니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에 둘은 지금도 여전히 함께 등장하여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를 사귈 줄 알기에 가능한 모습입니다.



친구란 자신의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고민을 듣고도 여전히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앨버트 하버드


[사진참조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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