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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일없이사는사람 Mar 18. 2024

1on1 이상과 현실

팀장이나 팀원이나 양 쪽 모두 어렵고 힘든 1:1 미팅 경험담 


직장에서 리더 역할을 맡게 되면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업무 중 하나는 1on1이었다.


나에게 1on1의 정의는 농구 일대일이었거늘…
어느새 회사에서 수시로 원온원이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되었다.



구글에 1on1의 정의를 물어보자 아래와 같이 답해준다.


1on1은 두 사람이 특정한 주제나 목적을 가지고 1:1로 만나 진행하는 미팅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업무 상황에서 사용되며, 매니저와 팀원 간의 개인적인 상호 작용과 소통을 강화하고 업무 성과를 향상시키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라떼는 ‘면담’으로 불리던 그것. 그때는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야만 면담을 했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업무 시간의 일부를 고정해서 할애해야 할 정도로 수 없이 많은 1on1을 한 것 같다. 그 누구도 1on1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회사에서는 갑자기 팀원들과 주기적, 정기적으로 1on1을 하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그동안 상위 보스들과 해 왔던 1on1을 떠올려보았다. 주로 업무 관련 고민 상담(을 가장한 징징거림과 하소연)과 개인적인 근황에 대한 잡담, 회사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질문 등 꽤 쏠쏠하게 그 시간을 이용했었다. 거의 매번 정해진 30분을 넘어서까지 열변을 토하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워낙 보스들이 바쁘신 분들이라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 자체가 귀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나의 팀원들도 알차게 써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1on1을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보스들로부터 보고 배운 것, 1on1에 대해 찾아본 자료 등을 활용해 간단한 룰을 만들었다. 나도 초보 리더이고 처음 하는 업무니까 단순화된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이야기를 경청한다.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듣는다. 

내가 들은 이야기와 답변을 통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해답(또는 피드백)을 들려준다.




평소에도 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고,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오픈하는 친구들과는 어려움이랄 게 거의 없다. 내가 그랬듯이 그들은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나에게 할 이야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내 경험에 의거해 필요하겠다 싶은 스킬과 팁을 알려준다. “나라면 이렇게 해볼 텐데 이 방법은 어떨까요?” 이 과정은 의외로 재미있다. 마치 여러 가지 분류 없이 산재되어 있는 자료와 증거를 체계화하고 분석하여 답을 밝혀내는 추리와도 같다.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이 일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도 팀원들은 밝은 얼굴로 돌아갔다. “당신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거, 수고하고 있는 거 나는 잘 알고 있어요. 다음에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줄게요.” 누구에게 말하기도 힘들고, 혼자 해결하기도 힘든 문제를 솔직하게 공유해 주면 그것이 너무 고마워서 더더욱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게 된다.
* 어떤 이는 이런 문제를 오픈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해 숨기려고 하지만, 리더 입장에서는 문제가 곪아 터지기 전에 솔직히 말해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얼마나 이상적인 1on1인가. 

하지만 현실은 당연히 이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1on1은 매뉴얼대로만 하면 성공적으로 끝나는 일이 절대 아니었다. 






나의 고민은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어떤 팀원과의 1on1이었다. 

다른 이들이 평가하는 그 팀원의 업무 성과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서 안타깝다 생각하고 있었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욕심이 없어 보여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팀원이기도 했다. 


성격이 유난히 모난 것도 아니고 나와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으니 원래 성향이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 여기서 이 팀원이 무슨 의도를 갖고 나를 대하는지 궁예가 되어 추리해 봤자 편견만 늘어날 뿐이니 그냥 사실만 보기로 했다. 



리더와의 1on1이 익숙하지 않아서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업무 얘기 외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얘기도 거의 하지 않는, 의견이랄게 별로 없는 친구였다. 스스로 말을 하지 않고 대답도 단답식이다 보니 처음에는 내가 하나하나 질문을 연쇄적으로 던져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1on1이 아니라 취조 같은 느낌이 들었고 나도 지쳐갔다. 솔직히 서로 할 말이 없는 1on1은 리더 입장에서도 어렵고 불편한 자리다. 


1on1 시간이 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말을 재미있게 잘하거나 누군가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정도로 내가 말주변이 좋은 편도 아니라 한계도 많이 느꼈다. 단 30분의 1on1 시간. 어떻게 보면 커피 한잔 마실 짧은 시간이지만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는 피 같이 귀한 시간이다. 이 아까운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야 하나 싶었지만 결국 이것도 <1on1을 잘해야 한다>는 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욕심을 좀 내려놓기로 했다. 


거꾸로 내가 불편했던 1on1을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처음 만나는 리더와의 1on1이 제일 긴장되고 무슨 얘길 해야 하나 고민했었던 것 같다. 주로 조직개편 후에, 또는 외부에서 새로 리더가 오는 경우, 그분들과 첫 만남에 무슨 얘기를 했나 돌이켜보았다. 그분들은 빠르게 현재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싶어 했기에 나에게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초 만남에선 서로를 알아가는 편안한 자리를 만들고 먼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을 했었다.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을.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 사람에게 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아니다. 


처음 3-4번은 아예 업무 얘기는 팀원이 먼저 말하지 않는 한 꺼내지 않았다. 일상이나 관심사에 대해 물어보고 공통점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열심히 얘기했다. 나도 내향적이고 낯을 가리는 인간이라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나도 이럴진대 팀원에게 일방적으로 빠른 친목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 물론 끝날 때 즈음 소심하게 "요즘 일 하면서 힘든 건 없어요?"라고 물어보긴 했었다. 


이렇게 두세 달이 지나자 나도 그 팀원이 편해졌다. 사실 예상보단 꽤 오래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관계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에 더 감동했다. 그리고 팀원도 내가 조금은 편해졌는지 그때부터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과 커리어에 대해서도 특별한 목표 없이 주어진 일만 하는 소극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나름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성취하고 싶은 목표도 있었다. 결국 내가 애초에 갖고 있었던 것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선입견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친해지고 나니 팀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리더인 나로선 왜 좀 더 열심히 하지 않는지, 왜 능력을 발휘하지 않아 스스로 나쁜 평가를 듣고 있는지 안타까웠다. 하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이해하자 그럭저럭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니 나중에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로 따지면 띠동갑보다  차이나는 한참 어린 팀원이니 그저 지적만 할 건 아니고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었다. 이때쯤부터는 솔직하게 현재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이러저러하게 바꾸면 참 좋겠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한 번의 피드백으로 문제가 바로 해결되진 않는다.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보며 적절하게 칭찬과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팀원은 어떻게 되었냐면… 

누구나 일 잘한다고 칭찬하는 슈퍼 인재로 탈바꿈… 하는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나는 이미 퇴사했기에 최근에 다른 분들에게 소식을 물어보았더니 이제는 누군가의 보조로 머물지 않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리딩하기도 하며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여전히 모자람도 있고 더 잘할 수 있는데 아니어서 아쉽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주변에 도와줄 동기와 코칭해 줄 선배들이 있으니 앞으로 더 잘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풀꽃'이라는 나태주 님의 시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연심을 담은 시 같지만 그 당시에 나는 이걸 읽으면서 우리 팀원들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예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을 예쁘게 보고 사랑스럽게 느낄 리가 없으니 너무 당연한 일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자 그제야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어찌 보면 이게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인 것을. 직장에서 만나는 연이라고 핵심을 빼먹고도 잘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예뻐 보인다고 해서 그게 팀원에 대한 특별대우를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여전히 해당 직급에 맞춰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좋은 평가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가 영원히 저평가자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고 다음 평가 시즌에는 좀 더 나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싶다고 결심했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의 요지는 무엇이냐, 


팀 리더로서 팀원들의 성과와 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핵심을 무시하고 생략하지는 말았으면 싶다. 회전율(?)이 빠른 직장에서 리더로서 조바심이 나는 것도 당연하고, 어떤 리더는 나와 다른 더 효과적인 기술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경우에 이렇게 했다는 거. 꾸준히 관심 갖고 오래 지켜보고 사람을 알아가자 그제야 해답이 보였다. 


참, 이 케이스가 모든 케이스에 대한 해법은 당연히 아니다. 팀원 각자의 특색이 있고 개성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오랜 관찰과 인내보다는 즉각적인 지시와 직접적인 피드백이 더 효과적이었다. 팀원들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서 각각에 맞는 좀 더 디테일한 1on1 (혹은 코칭 전반적인)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큼 내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써야 하는 실질적으로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실제로도 팀원들 한 명 한 명과 만나면서 감탄하곤 했었다. 


“같은 직무의 사람들인데도 비슷한 구석 하나 없이 이렇게 인간이 다 다르다고?” 


그래서 1on1이 재미가 있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 팀원들과 1on1 하면서 거꾸로 내가 받은 피드백도 상당하고 그로 인해 나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얘기는 정리되면 따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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