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Fashion Futures at LCF
2023년 8월 17일, MA Fashion Future 석사 과정을 위한 장학금 결과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단 1명에게만 주어지는 The Gauido Family Foundation 장학금에 합격했다. 2023 년도에 반 이상을 이 석사 과정을 위해 투자했다. 그래서 더 간절했고 이 과정을 통해 나의 노력들이 점처럼 모여 생긴 결과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실 그간의 기다림과 불안으로 인해 조금 지쳐있었던 마음이었다. 원래는 8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결과는 2주가 지나도록 무소식이었고 웹사이트의 기술적 이슈로 인해 예고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얻게 될지에 대한 기대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내 마음을 뒤섞였던 나날들이었다. “만약에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면?”, “그다음에 나에게 어떤 선택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의 노력은 헛되이 되는 것일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나는 ‘현재’에 집중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아침 감사 명상과 함께 인턴십과 Real Circularity 아카데믹 코스를 바탕으로 리서치 및 번역하며 한글 콘텐츠 작업도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동안 내 안에 묻어두었던 별의별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새로운 울림을 찾아냈다. "만약 장학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나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나는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것이다".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고민하며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회상을 하면서도,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내 안에 생겨났다.
장학금 합격 결과 이메일을 받은 어제, 그동안의 기다림을 견뎌내며 생긴 많은 감정과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고 돌아다녔다. 메일을 읽고 나자마자 감정이 복받쳤다. 한참을 남자친구 품에 안겨 울었다. 그동안의 노력과 고난,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생각, 기쁨과 안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기다림이 보상받은 것 같았다. 또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준 모든 분들께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동안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던 이들에게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는지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내고 버텨낼 수 있었을까. 또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다면 이 순간 어떤 기쁨을 느끼셨을까, 얼마나 뿌듯해하셨을까. 나의 늘 감사하고 사랑하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억하며, 그녀와 이 순간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이 순간을 더했고 나를 강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영국 워홀 패션 디자이너에서 석사 학생으로.
Baukjen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일 년도 되지 않은 채 그만두게 되고 이렇게 다시 한번 공부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처음 런던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이너로 시작했을 때, 나는 단순히 친환경 원단을 사용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디자인 과정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디자인을 통해 생성되는 소비자 폐기물들을 직접 보며, 이를 줄이기 위해 3D 패션 캐드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회사의 기회비용 문제 등으로 상용화될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지속 가능한 패션‘에 기여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저 개인회사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것이 나 자신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창의적인 디자인을 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고 디자인을 하는 것은 많은 리서치와 노력, 물리적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이 필수적이라면, 그것은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면 그러한 제한도 자연스레 적어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나를 현실에 더욱 가깝게 끌어당겼다. "나는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나 또한 패션 산업에 화려함에 감춰진 실태를 배우기 전까지는 내가 선택하는 원단이 어떤 소재로 만들어져있는지, 그것이 환경에 또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사용되는 염색 공정에 얼마나 해로운 염색 연료가 사용되는지 등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지속 가능한 패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의식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최근에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내가 아무리 혼자 지식을 쌓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면 이 패션 구조는 바꿀 수 없다. 결국은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을 나누고, 실제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속 가능한 패션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디자이너들이 알아야 되는데 중요한 기초인데도 말이다. 내가 무엇을 창조하든 그 창조물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의 부재를 깨달아 최초로 지속 가능한 패션 과정을 시작한 London College of Fashion의 Fashion Futures 석사 과정을 선택하게 됐다. 사실 미국 대학교 졸업으로 AAS 학위만 있고 BA 학위는 없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 마법 같다. 이제까지의 노력과 경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학습에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여유를 가지며 집중해왔다. 10대와 20대 초반처럼 무모하게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쉼과 집중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해 왔으며, 이번 석사 과정에서도 동일한 접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패션 분야를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이 과정에서 같은 목표를 가진 교수진과 동료들과의 학습과 협력을 통해 발전시키고 싶다. 이 석사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을 나누며, 이론을 현실로 실현시킬 것이다. 또한 이 학문 분야를 더 널리 퍼뜨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하며,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적인 기여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이너-메이커로서, 더 나아가 ‘educator’로서. 나는 이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또 다른 도전을 위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고, 그 길에서 나의 노력에 따라 기회와 성장이 가득할 것이다. 나는 이 석사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을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적용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나의 작은 기여가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긴 여정은 이제 막 시작이니까.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좋은 영향력을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가득 차 있다. 또한 나의 여정을 통해 다른 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모든 순간들이 나의 이야기의 한 페이지일 뿐이지만, 그 페이지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내가 가진 기회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이 길을 걸어가는 동안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나아가는 길에는 어려움과 도전이 있을지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