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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내구성 (Emotional Durability)

나는 H&M 점퍼를 팔지 않았다.

by 다다정



7년 전, 토론토에서 캐나다구스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이 니트를 샀다. H&M의 대규모 세일에서 구매한 것이었다. 처음으로 캐나다에서의 첫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이 니트를 구매했다. “이 옷의 원단은 아크릴이 주성분이고, 폴리아미드, 엘라스테인, 1% 알파카, 5% 울이 혼합된 섬유다. 현재의 기술로는 이러한 혼합 섬유를 재활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운사이클링을 통해 저품질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섬유 간 분리의 복잡성과 가공 과정에서의 열화로 인해 섬유 대 섬유(fibre-to-fibre) 재활용은 상업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Sandin & Peters, 2018; Niinimäki et al., 2020).


그 당시 나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었다. 그냥 따뜻해 보였고, 관리하기 쉬웠으며, 내 몸에 꼭 맞았고, 가장 중요한 건 저렴했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12달러 이하였다. 나는 늘 저렴한 옷을 찾았지만, 디자이너로서 좋은 품질—튼튼한 바느질, 좋은 원단, 우수한 제작 방식—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H&M의 극단적인 할인 판매는 항상 의문이었다. 이렇게 낮은 가격에 팔면서도 어떻게 이윤을 남길 수 있을까? 착취적인 노동 환경, 값싼 원자재, 대량생산을 고려하더라도, 어떤 세일은 회사에 손해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과잉 생산이 의류의 가치를 완전히 떨어뜨리는 명백한 사례였다. 패션 산업은 매년 약 1000억 개의 의류를 생산하는데, 이는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Ellen MacArthur Foundation, 2017). 이 과잉 생산은 심각한 폐기물 문제를 유발하며, 매년 9200만 톤 이상의 섬유 폐기물이 버려진다 (Niinimäki et al., 2020).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버려지는 구조를 장려하며, 짧은 기간 착용된 후 폐기되는 옷들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내가 디자인하고, 만들고, 구매하는 것에 대해 더 신중해졌다. 이제 패션 미래(Fashion Futures)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수년 동안 새로운 옷을 사지 않았다. 영국에서도 가끔 자선 가게(Charity Shops)나 Vinted에서 중고 옷을 사는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나의 옷들을 정리할 때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이 다섯 개의 큰 가방을 가득 채웠다. 내가 부재중일 때 룸메이트가 미리 정리해 준 덕분에, 그 무게를 한꺼번에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까지 있었다.


미니멀한 삶을 위해 최대한 많은 옷을 Vinted에서 판매하기로 결심했다. 이 니트도 포함해서. 대체로 합성 섬유로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상태가 아주 좋았다 (왜냐하면 플라스틱 기반 섬유는 수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무서운 소재이니까.) 8파운드에 올렸고, 예상보다 빠르게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오전 누군가가 구매했다.


그런데, 갑자기 팔고 싶지 않아 졌다. 이상했다.


나는 소소한 오브젝트를 수집하는 사람이다—여행지에서 가져온 전단지, 엽서, 팸플릿 같은 것들. 이 니트도 그런 의미였던 것이었을까?

친구들은 말했다. “너한테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냥 점퍼잖아. 곧 잊어버릴 거야. 봄, 여름도 오고 있으니까 이사 전에 짐을 줄여야지.”


그들의 말의 동의를 하면서도 나의 소유욕과 비슷한 너무 아쉬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추억 때문만이 아니라 이 니트를 애정하고 있었다.

이 니트를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속옷 없이 입어도 될 정도로 톡톡한 원단이었고, 루즈하지만 핏이 이뻤으며, 따뜻하지만 무겁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퍼의 블루톤이 담긴 라이트 베이지 색은 내 피부톤과 잘 어울렸다. 쉽게 걸쳐 입을 수 있고, 오랫동안 편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입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입어보고 보내려 했는데, 입어보고 나의 별점은 깎이게 되는 것을 감안하고서도 판매를 취소했다.



이 점퍼에는 감성적 내구성(emotional durability)이 있었다. 지속가능한 패션 연구에서 점점 더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지는 요소다 (Chapman, 2005). 감성적 내구성이란, 우리가 어떤 물건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함으로써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만약 이 점퍼를 다시는 찾을 수 없다면? 나는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을 계획이었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패션 디자이너지만 니트웨어 디자이너는 아니다. 니트를 디자인해서 제품을 생산한 경험은 있지만 손으로 직접 만드는 기술은 아직 익히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점퍼가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샀고, 여름에 가을-겨울을 준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골랐다. 그때 얼마나 따뜻하고 저렴한 옷을 찾았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하며 입어왔다. 단순한 옷이 아니다. 나의 개인적인 역사다.


이건 H&M에서 산 옷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의 선택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지속가능한 행동은 이 옷을 계속 입고, 소중히 여기고, 사용하는 것이다. 되팔기 시장은 흔히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생산량을 줄이지는 않는다. 많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순환 경제를 내세우지만, 여전히 대량 생산을 지속하며 일회용 패션을 조장하고 있다 (Gwilt, 2020).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패스트 패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가진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데 있다. 가장 지속가능한 옷은 이미 내 옷장에 있는 옷이다 (Fletcher, 2010).


이 점퍼는 7년을 버텼고, 나는 여전히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여전히 사고 싶어 했다는 사실은 이 점퍼가 미적 지속가능성(aesthetic sustainability)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즉, 좋은 디자인, 고품질 소재, 그리고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Harper, 2017).


패션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이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 옷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면, 단순히 한 시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가치 있게 여겨질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미적 지속가능성과 감성적 내구성은 디자인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히 스타일을 넘어 소재의 선택, 제작 방식, 그리고 착용 경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물론, 내 점퍼처럼 합성 섬유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소재—울과 알파카 같은 천연 섬유(물론 윤리적인 방식으로 얻어진 것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천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품질 높은 제작 방식과 신중한 디자인이 함께할 때, 옷은 유행을 넘어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옷들은 결국 다시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버려진다. 100% 재활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운 싸이클링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며, 여전히 상당수의 옷들이 소각되거나 매립지로 향한다. 그렇게 폐기가 아닌, 지구를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남게 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대량생산과 과잉소비는 노동 착취, 자원 낭비, 기후 위기와 맞물려 있으며, 결국 우리 모두가 직면해야 할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예쁜 옷’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이란, 소비자가 그 옷을 입고, 애착을 갖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나의 오래된 (폐기되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줄) 니트를 팔지 않았다.

그리고 팔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References

• Chapman, J. (2005). Emotionally Durable Design: Objects, Experiences and Empathy. Earthscan.

• Ellen MacArthur Foundation. (2017). A New Textiles Economy: Redesigning Fashion’s Future. [Online] Available at: www.ellenmacarthurfoundation.org [Accessed 2 March 2025].

• Fletcher, K. (2010). Durability, Fashion, Sustainability: The Processes and Practices of Use. Fashion Practice, 2(2), pp. 221-238.

• Gwilt, A. (2020). Fashion Design for Sustainability. Routledge.

• Niinimäki, K., Peters, G., Dahlbo, H., Perry, P., Rissanen, T. and Gwilt, A. (2020). The Environmental Price of Fast Fashion.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1(4), pp. 189-200.

• Lennox, M., Cantzler, J., Schmutz, P., & Zorn, B. (2023). Recycling Challenges of Multi-Fibre Textiles: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412, 137248.

• Sandin, G., & Peters, G. M. (2018). Environmental Impact of Textile Recycling: A Review.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184, pp. 353-365.

• Niinimäki, K., Peters, G., Dahlbo, H., Perry, P., Rissanen, T., & Gwilt, A. (2020). The Environmental Price of Fast Fashion.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1(4), pp. 18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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