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2)

by 글이로

누워서 비 구경을 했다

창가에 바짝 붙은 침대 위에서.


고양이 물 먹는 소리가 들리고

제 몸을 할짝거리며

사각사각,

혓바닥 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내가 있고 나를 보며 울어주는

냥이도 있고

혼자라는 말은 시건방진 핑계일지도 모른다.


MRI 조영제를 흘려보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판독시킨다.


가끔 사람과 사람 사이를 통과할 때도

나를 읽어내는 이는 아무도 없어.


진짜 외로움은 당해 본 자만이 안다.

한번 붙어 볼 테냐고,

허공에 툭 던져보는 농담.


이상한 일이다.

함께 있어도 여전히 혼자다.


출근하는 아내가 남긴 고양이 배설물을 치우며

생의 찌꺼기를 만진다.


두 번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데

왜 자꾸 다시 태어날 것만 같은 기분은 뭐지.


빗줄기는 여전히 창문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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