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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중학교 2학년

표준어로 대화하기

교무실 문이 느닷없이 쾅 열리고  "샘, 오늘 수업 어디서 해요?"라는 목소리가 울린다.  내가  "다시." 짧게 말하면 학생은 문을 닫고 노크를 한 후 다시 질문을 한다. 다소 차분하게.


중2 수업을 담당하는 나는 대체로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 간다. 나는 학생들의 충분히 숙고한 대답을 원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쉽게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 마치 머릿속에 스치듯 떠오른 단어들이 입안에서 바로 조합돼서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피구를 하다가 공에 맞았을 때 바로 '아.18 죽었다.'를 외치는 것처럼.


처음에는 실수이겠거니 생각하고 못 들은 척했지만 그 결과는 체육수업은 욕해도 되는 시간으로 귀결될 뿐이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수업규칙을 하나 만들었다. 욕설 1회당 팔 굽혀 펴기 20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진지하게 혼내면 수업 분위기나 흐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확실한 신체적 부하를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규칙이 만들어지고 욕을 하다가 입을 막거나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쉬는 시간 사소한 학생들과 일상의 대화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4월이 되고 우리가 매일을 마주치며 많이 친해졌다고 느껴졌는지 나에게 반존대?를 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이것 참 지적하기 애매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동료교사에게 이야기하면 '애들한테 인기 많아서 그런 거다.' '샘이 젊어서 애들이 좋아서 그런 거다.'라는 내 책임이 되어버린다. 나도 물론 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러한 허물없는 대화는 두고 볼 수만은 없었고 '내가 꼰대인가 아닌가.' 수많은 고민 끝에 한 가지 해결책을 생각했다. 해결책은 따로 학생에게 잘못을 지적하거나 혼내지 않고 그저 교정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샘 오늘 점심 먹었어요?"라고 물으면 "드셨어요?"라고 되묻는다. 그러면 금방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다시 내게 질문을 한다.  이 방법은 꽤 효과가 있었던 게 반복되는 나의 교정에 스스로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학습되면 2번 반복은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학생들의 언어습관을 고치겠다고 진지하게 나선다면 나와의 대화를 부담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무서운 교사가 되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무서워할지는 의문이긴 하다.) 간단하게 내 의도를 전달하고 싶었다. 대화가 끊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나는 학생들이 나랑 하는 대화에서 따듯함과 배려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디지털 사회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란 얼마나 중요한가. 사소하지만 욕설을 뺀 담백한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소 답답하고 울컥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나는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고 대화에 임하리라. 상대는 날것의 중학교 2학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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