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자기 존중으로 바꾸기
중요한 미팅이 있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라고 생각했고 소통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느꼈던 서운함과 그 일이 진행되는데 왜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쪽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느끼던 회의의 마무리 시간에 다른 팀의 어떤 분이 화를 내셨다. 우리가 제안했던 일들이 거북스럽고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 한 시간 예상했던 회의 시간은 이미 2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어떤 말도 못 하고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자유롭게 나누었던 의견들이 우리 팀의 불평불만으로 마무리된 불편한 상황이었다.
두 가지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해서 속 시원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후련한 마음과 "말 좀 조심해서 할걸~너무 자유스럽게 이야기했네.."라는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하룻밤 잠을 자고 난 후 두 마음 중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나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비폭력대화 코치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회의 하나 제대로 중재 못하고 이를 이런 식으로 가져가냐.. 내가 그러니까 나서지 말랬잖아.. 입 다물고 있으랬잖아! " 이렇게 나에게 자책하는 마음 이면에는 나보다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 앞에서 나의 의견을 조심히 이야기해야 하고 이런 모임의 자리에서는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눈에 띄지 않게 가만히 있는 것이 사회생활의 지혜라고 교육받아왔던 것이 나의 생각을 더 짓눌렀다.
이 일이 있은 후에 나는 많은 사람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충분히 이야기를 들은 후에 그 의견을 우리 팀에서 상의 후 전달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변화 뒤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있을까?
1. 나로 의견으로 인해 회의를 잘 마무리 못했다는 수치심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2.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여 회사 안에서 한 일원으로 잘 참여하고 싶은 마음
1번의 마음으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어떤 일의 경험 후 나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수치심이 들었고 그 결과로 행동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그 행동을 할 때마다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되고 그 행동은 즐겁지도 자유롭지도 않다. 이런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회의에서 더 배려하고 친절한다고 한들 사람들의 나의 행동이 수치심이나 죄책감에서 나왔다는 것을 느낀다면 내가 순수하게 협력하고 배려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 행동을 했을 때보다 고마움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 실수를 통해 내 한계를 알고 나를 인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나에게 "좀 더 잘 생각하고 말해야 했어"라든지 "좀 더 신중했어야 했어"와 같은 "~해야만 한다"라는 말은 나를 평가하는 말로 수치심과 죄책감을 일으킨다. 이런 말을 나 자신에게 쓰게 되면 우리는 자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왜냐하면 "~해야만 한다"는 말은 나의 마음에 선택의 기회를 없애고 나의 행동을 강요하게 된다. 이것에는 나도 모르게 저항감이 올라온다. "정말 다이어트를 해야만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그 사람들은 말로는 다이어트를 "해야만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저항하고 있다. 왜냐면 그 행동에는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수첩을 놓고 내가 나한테 "~해야만 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보자! 그리고 그 마음들을 자유롭게 풀어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