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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슬로우 Jan 23. 2024

마케터는 유행에 민감해야 하나요?

프리랜서 마케터의 생각

트렌드를 잘 아는 사람, 최근 유행과 밈에 민감한 사람. 

많은 기업에서 원하는 마케터가 갖춰야 할 소양중 하나다.


그러나 난 그렇지 못하다.


나는 원하는 취향, 음악, 디자인, 무드. 10년 가까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조금 더 뾰족해지지 않았을 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아날로그와 빈티지, 클래식을 선호한다. R&B나 재즈, 잔잔한 피아노, 기분전환이 필요할 땐 리드미컬한 팝을 듣곤 한다. 올드한 영화 포스터를 좋아하고 타이포그래피가 강조된 모던한 디자인에 매력을 느낀다.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 베스트셀러보다는 사진집이나 매거진 코너를 기웃거린다. 사람이 많은 핫플레이스는 피하고 고즈넉한 미학이 돋보이는 카페나 공간을 찾아다닌다.



유행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상에서는 말이다. 매일 커뮤니티를 보고,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오픈채팅, 각종 뉴스레터를 읽는다. 심지어 재밌다. 아침저녁으론 뉴스를 꼭 챙겨본다. 그리고 쉬는 타임에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해외 매거진 사이트 보고 디자인 영감을 받는다. 의외로 이과다 보니 IT 소식은 늘 즐겁고 흥미를 느끼는 분야다. 자동차 디자인을 좋아하다 보니 차량 제원에도 관심이 많다. 웬만한 리어램프만 봐도 무슨 차종인지 잘 맞춘다. 팝업이나 전시, 행사는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기획하고 경험해본 분야라 평소 구경하러 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오프라인은 디지털 세상과는 전혀 다른 다채로운 재미가 있다. (특히 이케아는 매주 간다!)



그러나 내가 마케터로서 일을 대하는 태도는 

트렌드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물론 유행이나 밈은 유쾌하고 웃기다. 그러나 일 할 때는 관심 두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광고를 만들거나,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 개발팀과 논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브랜드와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그 브랜드 다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지속가능한 이야기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따라 늘 소비자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반짝 거리는 것으로 현혹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항상 Why가 버릇이기도 하다.


나는 마케터로서 트렌드와 유행을 따르면 부작용이 생긴다. 맞지 않는 나사를 억지로 돌려 힘으로 조이는 느낌. 결국 나사는 이가 깨지고, 도구는 휘거나 망가진다. 다시 고쳐 쓰기엔 늦다. 가령 기업 블로그를 운영할 때 오로지 방문자만 올리기 위함이 목적인 일들을 벌이면 목표가 흐려지고 중요한 데이터 분석에 방해가 된다.



코어가 탄탄해야 오래 간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마케터로서 웃긴 재미보다, 말없이 끄덕이게 만드는 일. 그게 좋다. 마케터를 10년 가까이하면서 바뀌지 않은 나의 마케팅 솔루션이 있다면, 그것은 탄탄한 온드 미디어(OWNED MEDIA)다. 기업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브랜딩 채널이자, 자산이다. 


여기에 내 취향이 브랜드와 합쳐져 조금씩 드러난다. 

기획이나 방향성, 브랜딩 톤 앤 매너 등. 


마케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산업에 관심이 많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 기업들이 에이전시가 바뀔 때마다 

그 브랜드가 이리 저리 유행따라 우스광스럽게 바뀌는 걸 부정적으로 본다.


최근 쿠키 리스, 개인정보 보호로 광고 효율이 떨어지면서 다시 온드 미디어와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실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마케팅에는 답이 없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듯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이런 마케터가 있는 브랜드는 재밌고 유쾌하기도. 저런 마케터가 있는 브랜드는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표현되듯.


마케터가 트렌드나 유행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그 마케터 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도 유행과 밈에 민감한 사람 보다

우리 브랜드와 잘 맞는 느낌을 가진 마케터를 볼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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