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 마케터
프리워커로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스스로 정리할 겸 작성해 보았다.
최근 경기가 어렵다 보니 조직 규모가 작은 브랜드/기업에서는 마케터를 채용하기 부담스럽거나 프로젝트별, 파트 형태로만 마케터를 필요로 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현재는 이런 분들의 마케팅을 단순 갑과 을로 대신 해주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파트너십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마케팅 예산이 적거나 아예 없는 곳들. 혹은 에이전시에서 잘 관리가 안 되거나 효과가 없던 브랜드, 디지털에서 브랜딩과 마케팅 비즈니스를 어떻게 시작하고 개선해야 할지 고민인 브랜드가 현재 나의 고객이다.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별도로 의뢰를 받기도 한다.
마케터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맡은 일들은 '디지털 마케팅, 전략가'의 역할이다. 나는 에이전시를 거쳐 스타트업, 인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았고 마케팅 일을 좋아하면서도 디지털 전반의 모든 일들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배우고 싶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거창하게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큰 금액이 오가는 일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잘게 쪼개어 필요로 하는 부분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태다. 그렇다 보니 수익 구조가 간혹 최저시급이 안 될 때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편. 반대로 일을 주는 고객은 같은 프로젝트라도 기업 대비 약 1/5 정도 예산을 절감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 일은 브랜드 웹사이트의 SEO(검색엔진최적화)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법을 제안하는 일이다. 웹사이트의 유저 행동과 오가닉 데이터를 분석하고 퍼널, 온사이트 최적화, USP 개선, 경쟁사 데이터 분석, 키워드 분석, 오가닉 콘텐츠 전략 등을 모두 포함한다. 데이터를 펼쳐놓고 보면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개선해야 하는지 비즈니스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활동은 온드미디어로부터 시작하는데 의외로 작은 기업의 웹사이트는 형식상 만들어 놓고 마케팅에 활용하지 못한 채 유지만 하는 브랜드도 많다. 소셜미디어나 광고에만 의존하다가 어느 정도 한계를 느끼고 고민하는 분들, 고관여 제품을 취급하는 B2B 서비스들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 구글 검색 점유율이 많이 높아져서 그런지 오가닉 트래픽의 중요성을 느끼는 곳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예산이 적거나 한정된 브랜드는 마케팅 활동을 하기 전에 웹사이트조차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혹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쇼핑몰, 디지털화하고 싶은 니즈를 가진 분들도 있다. 이런 브랜드에게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 그러나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먼저 파악하고 방문자 행동 전환에 충실한 빌더형 웹사이트로(Notion, Wordpress, Webflow, Framer 등의 기타 노코드 툴) 제작한다. 이는 나와 계약이 끝나더라도 유지보수가 없고, 빠르게 제작되며 고객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번거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월 1~2만 원 정도면 근사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툴을 고민하고 필요에 맞게 제작한다. 웹사이트 제작의 목적은 1번 SEO(검색엔진최적화)와 CMS(콘텐츠 발행 사이트가 필요한 곳)다. 고객이 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
콘텐츠 제작의 경우 두 가지 형태로 작업하고 있다. 첫 번째는 분석을 통한 SEO 기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브랜딩 경험을 개선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디지털, 블로그 포맷인데 웹사이트와 브랜드 타깃, 키워드를 분석하면 SEO 기반의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론 오가닉 트래픽을 늘리는 전환형 콘텐츠다. 두 번째 브랜디드 콘텐츠의 경우 해당 브랜드를 신뢰하고 경험을 개선하는 콘텐츠다. 가령 직접 브랜드의 공간이나 스케치를 촬영하고, 브랜드의 이야기를 매거진 형태로 글을 쓰는 일이다. 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객의 소셜미디어도 함께 관리하며 동시에 클라이언트는 제작한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이나 광고에도 활용한다.
나는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최근 AI와 SaaS 형태의 디자인 도구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에 맞는 톤 앤 매너를 고민하고 템플릿 화하거나 가이드를 만들기도 한다. 일부 고객은 디자이너조차도 없는 곳들이 많다 보니 프로젝트나 건별로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간단한 디자인을 만든다. 배너, 광고, 간단한 인쇄물도 필요에 따라 소화하고 있다. 전공자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UX/UI에 호기심이 있다 보니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서 꾸준히 하고 있다.
유료 광고를 필요로 하는 기업의 경우 직접 하실 수 있게 가이드를 드리거나 소재를 만들어 직접 세팅해 드리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에이전시에서 퍼포먼스 광고를 오래 했어서 프리랜서로는 퍼포먼스 광고 업무는 가급적 맡지 않는 편이지만, 예산이 많지 않고 공수가 적게 들어가면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 그냥 세팅해드리기도 한다. 프리랜서다 보니 수수료 대신 소정의 인건비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 광고만 진행할 경우 브랜드의 한정된 예산만 가지고 운용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퍼포먼스의 효과로 더 증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경우만 추가적으로 제안한다.
이 일은 별도로 진행하지는 않고 SEO 컨설팅과 진단을 하면서 다른 마케팅 채널과, 광고 집행 여부, 비즈니스 분석을 통해 개선 방법을 함께 보고서 형태로 제공해드리고 있다.
오픈 채팅의 경우는 사실 수익이 전혀 없는 활동이다. 그냥 심심해서 만들어 두었는데 종종 문의가 온다. 제로베이스, 마케팅 활동이 전혀 없거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업체, 1인 창업자, 마케터 분들이 현재 상황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의외로 마케터 일을 시작하고 싶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어린 친구들이 포트폴리오를 봐달라고 하거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나 스스로 한 번 더 관련 지식을 상기하거나 그분들의 문제를 채팅으로 해결해 드림으로써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취미 활동이다.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이 들어온다는 건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만 상담을 했을 때 내가 진행하기 어렵겠다고 느끼는 곳들도 많다. 자신의 비즈니스에 관심이나 열정이 없는데 모든 걸 다 해주길 바라거나, 당장 눈앞의 매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한 번쯤 내 브랜드와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치관과 결이 맞는 팀과 일하고자 하는 내 고집도 있다 보니 드롭되는 프로젝트도 많다. 이제는 AI시대에 프리랜서 마케터로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지금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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