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정 Jul 18. 2023

그냥 노는 게 아니제

놀아야 산다.

놀고 싶다.

잘 놀고 싶다.

뭘 해야 신나게 놀 수 있을까?

오늘도 노는 생각으로 하루를 열어본다.


나는 동화구연가이며 그림책과 관련된 활동을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  젊은 시니어분들과 수업하고 있다.

혼자 아닌 함께하는 이들과 재밌게 놀자는 일념으로

뭣도 모르고 열심히 달려왔다.

어느새 10년, 강산이 한번 바뀌는 세월을 넘기고 있다.

경력이 쌓이면 쉬울 줄 알았건만...

코로나로 인해 잠시 손을 놓은 동안 환경은 많이도 변했다.

내 마음도 변했다.


즐거움보다 부담이 앞선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봐 겁나고,

강의를 의뢰한 사람들 평가가 신경 쓰여 자꾸 주눅이 든다.

다음 기회가 없을까 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못하게 될까 봐.  

나는 불안하다.


수업하러 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을 훔치며

내일의 불안이 현재를 놓치게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불안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오늘을 망치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에 집중했다.

그 보상이라도 하듯

나를 잡아 내리며 볼에 뽀뽀해 주는 5살 아이의 작은 몸짓에

그동안의 고민이 말끔히 사라졌다.


시니어분들의 인생 네 컷. 

자신만의 특별한 인생이야기에 눈물지으며 서로를 보듬어주었다.

잊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내가 전해주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같이 놀아야 재밌다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하면 신나게 놀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평가에 신경 쓰지 않으려 마음을 잡는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냥 주어진 시간을 마음 나누며 놀뿐이다.


오늘도 잘 놀기 위해 책을 읽고, 검색을 한다.

이걸 하면 좋아할까, 저걸 하면 신나 할까 이런 고민을 한다.

그 과정이 다시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놀고 있다.

잘 놀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