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3년 째 동화구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발달장애 아이들과 수업하게 되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의구심이 들겠지만 그건 오산이다.
동화는 일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징애를 가진 아이에게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 장애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일해 본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확신한다.
물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원활하지 않은 진행에 자괴감이 들때도 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이다.
워낙 다양한 증상과 반응이 있다보니 가끔은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상처주면 어쩌나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동화를 읽어주고 그 이야기에 맞는 몸 활동을 병행한다. 때로는 연극으로, 때로는 만들기를 하면서 단순히 듣는 동화를 넘어 움직이는 동화로 아이들과 소통하고있다.
그 중 기억에 남은 아이가 있다.
상현이는 복지관에서 만난 여덟살 남자아이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건강하지만 집중력과 사고력이 현저히 떨어져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가끔은 크게 소리도 지르고 수업 내내 강의실을 계속 돌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아이가 모든 걸 멈추고 집중력을 보이는 순간이 있다. 바로 동화가 시작 될 때다.
내가 동화책을 차분히 읽기 시작하면 아이는 거짓말처럼 이야기에 빠져들고 혼자만의 먼 세계에서 이쪽으로 경계를 넘어 달려온다.
그때 만큼은 상현이와 내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아이가 반응하는 모습은 짜릿하기까지하다. 아이 눈빛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특히 동화로 연극을 할 때는 어찌나 행복해하는지 보는 사람을 애끓게 한다. 부모님도 자기 아이가 보여주는 낯선 모습에 놀랄정도다.
그런 상현이를 볼때마다 마음도 아프지만 한켠으로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장애 아이들과의 시간이 힘들지 않냐고 묻는 이들이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에게서 에너지를 받는 순간이 더 많다. 욕심이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호전되어 많은 기회를 누릴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나 역시 동화의 수혜자이다. 내 안에도 미처 자라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동화를 읽으며 발견했다. 어린시절에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치유되지 못해 걸림이 되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동화에는 그런 힘이 있다. 요즘 어른을 위한 동화가 부쩍 유행을 타는 이유도 그 때문인듯 하다.
발달장애라는 진단을 받지 않은 것일 뿐, 다른 의미에서보면 많은 사람이 마음의 문제를 안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동화로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 따뜻한 동화를 읽어주면서 함께 웃고, 울고 싶다.
이것이 내가 동화를 사랑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재밌고 즐거운 이야기로 아이들 곁에 있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