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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Jul 09. 2024

대학병원 프로환자!

유방암 수술을 하고 난 뒤에는 후속 치료로 매달 호르몬 주사치료를 5년 간 맞아야 했다. 수술을 2021년 4월 말에 하고 항암치료가 그 해 12월에 끝나고 2023년 1월부터 주사를 맞았느니 약 18개월 정도 되었다. 졸라덱스라는 주사치료제 종류다.


졸라덱스 [ Zoladex ]
전립선암치료 및 진행 유방암의 증상 완화, 자궁내막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졸라덱스(Zoladex)는 황체 형성호르몬 분비호르몬(luteinizing hormone-releasing hormone, LHRH), 황체형성호르몬(luteinizing hormone, LH)의 생성을 억제한다. 남성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여성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에스트로겐의 한 형태)의 생산을 차단시켜, 이러한 호르몬이 있어야 잘 자라는 암들의 성장을 억제시킬 수 있다. 엘에이치알에이치(LHRH) 작용제의 일종이다. 고세렐린 아세테이트(goserelin acetate)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졸라덱스 [Zoladex] (암용어사전)


주사를 맞는 주기는 정확기 4주에 한 번이라  매 달 병원에  꼭 가야 했다. 수술 후 이렇게 병원을 자주 갈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집 근처로 이관을 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라도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추천한다. 2년 전부터 매달 1~2회 정도를 대학병원게 가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ㅜㅜ 앞으로 3년 더 가야 한다는 사실;;;


4주마다 반복 스케줄을 지정해 놓아서 오늘 아침에 주사 맞는 날 알람이 떴다. 출근 전에 병원에 들렀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약 30~40분, 왕복 1시간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하지만 대학병원이라고 새벽부터 갈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병간호부터 시작해서 그 병원을  30년 가까이 다녔다. 그래서 어느 시간에 환자들이 적고 한가한지, 주차는 어디가 편한지 알고 있었다.


아침 일찍 가면 예약환자들이 많아서 병원은 늘 북새통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쯤 가면 오전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환자들이 있어서 주차장도 여유롭고 주사실도 사람이 별로 없다. 주사 맞는 시간은 정해진 게 아니라서 늘 점심쯤, 12시 전후 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갔다.


요즘은 장마철이라 비가 소나기처럼 왔다 갔다 했다. 길이 좀 막혀서 11시에 집에서 나섰는데, 11시 50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서두르며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마침 진료를 마치고 나가는 차가 있어 '아싸'를 속으로 외치며 손쉽게 주차를 있었다. 주차장은 여러 곳인데, 병원 본관 지하 1층에 주차를 하면 비도 안 맞고 쉽게 이동이 가능했다.


지하 1층은 선호하는 이유는 푸드코트 때문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에 맞춰서 가다 보니 출근 전에 점심을 챙겨 먹고 가기다 어려웠다. 그래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진료보다 먼저 김밥 한 줄은 포장주문했다. 마치 밥 먹으러 병원에 온사람인냥~ㅋ  왜냐하면 주사를 맞고 내려오면 점심시간이라 줄도 한참 서고 주문도 많이 밀려서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김밥을 먼저 주문하고 1층으로 올라가 주가치료비 수납을 했다. 다음은 2층 주사실로 올라가서 대기하는 동안 1층 카페인 할리스에 스마트 오더로 아이스 라테를 주문해 놓았다.



다행히 점심시간이라 2층 주사실도 한가 했다. 졸라덱스는 나팔관이 있는 아랫배에 주사를 놓는 것이다. 매달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면서 놓기 때문에 스케줄에 R, L도 표시해  함께 해놓았다. 오늘은 왼쪽 아랫배에 맞는 날이었다. 먼저 주사실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복식 호흡을 시작했다. 들숨에 배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날숨에 들어마신 공기를 내뱉는다. 그렇게 여러 차례 호흡을 하면서 근육을 이완시켜야 덜 아프다고 배웠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함께 들이쉬고 내쉬고~ 여러 번 더 호흡을 한 후 아랫배를 살포시 움켜쥐었다. 이때가 가장 떨린다. 매달 맞는 주사지만, 이미 알고 있는 고통의 순간이라 나도 모르게 등줄기가 오싹하며 몸이 경직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선생님마다 주사 놓는 스킬이 다른데, 다행히 오늘 주사는 따끔하고 별로 안 아팠다. 실력자 선생님의 고급스킬!^^ 2분 정도 지혈 후 손에 쥐어 준 동그란 밴드를 붙이고 주사실을 나섰다. 이제 병원에서 볼일은 끝!


미리주문한 음식을 찾으면서 내려가면 된다. 1층 카페에 들러서 스마트오더로 주문한 라테를 찾았다. 다음으로 지하 1층으로 내려가 포장주문한 김밥 한 줄도 픽업해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타서 시간을 보니 12시 정각이었다. 정확히 10분 컷!


<프로 환자의 10분 만에 주사 맞기 스킬>

주차>> 김밥주문 >> 1층 진료비수납 >> 주사실 대기 >>스마트오더 커피주문>> 주사 맞기 >> 커피랑 김밥픽업 >> 진료 끝! 10분 컷!


그 복잡하다는 대학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김밥과 커피까지 포장해서 10분 만에 유유히 병원을 나섰다. 오늘은 비가 와서 좀 길도 막히고 복잡했지만, 주사도 안 아프고 시간도 절약되어 신나게 병원을 다녀왔다. 앞으로 남은 3년도 즐겁게 주사 맞는 시간이 되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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