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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Jun 15. 2024

그 해 여름의 추억여행

2021년 봄 유방암 진단과 수술을 마치고 초여름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첫 번째 항암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면 우수수 빠지는 머리카락을 감당하기 어렵다고한다. 2주 정도 지나서 머리가 더 빠지기 전에 삭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전에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셀프 가족사진을 찍었다. 조금은 촌스러워도 흰 티에 청바지로 모두 맞춰 입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오랜만에 가족외출에 모두 즐거웠다. 넷이 모두 까르르~ 하며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예쁜 딸들은 초상권보호 차원에서...
photoism 촬영 영상

 

샐프촬영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아쉬운 마음에 집 앞공원에서 2차로 추가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우리 딸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딸바보 엄마라고 키득거린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우리 사랑스러운 딸들~사진을 많이 찍어 놓으니 추억할 게 많아서 참 좋다. 3년 전이라 지금은 더 많이 크도 더 예뻐졌다^^



가족사진을 찍고 나서 삭발 전에 미리 예행 연습을 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추억할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그날 찍은 사진이 현재 작가프로필 사진으로 잘 쓰일 줄이야! 사진 찍어 놓길 참 잘했다. 사진작가님이 보정을 잘해 주신건가???



이제 마음가짐은 끝났다... 삭발을 마치고 미리 맞춰둔 가발을 썼다! 뭐지? 깜쪽같이 잘 어울리는 건? 농담인지 진단인지, 가발인 줄 모르겠다는 칭찬에 왠지 어깨가 으쓱했다. 역시, 난 단순해...



아프다고 침대에 뒹굴거리며 누워만 있을 수는 없었다. 여름휴가는 댕댕이들 포한 온 가족이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가서 렌트를 하는 것보다 차를 가지고 배를 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완도로 출발했다. 완도에서 패리호를 타면 제주도까지 2시간 40분이면 도착해서 멀미를 할 부담이 없고, 반려견 전용 펫존이 있었는 것도 좋았다. 승선하느라 갑판에 잠깐 서있는데, 덩치는 산만한 쫄보 보리는 아빠옆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귀여웠다. 펜션도 식당도 모두 애견동반 가능한 곳으로 예약해서 여행 내내 함께 할 수 있었다.



카라반으로 경주여행을 다녀온 이후 댕댕이까지 모두 함께 하는 여행을 오랜만이었다. 여행계획을 하게 되면 첫 번째로 마음에 걸리는 게 우리 막둥이 댕댕이 들이다. 데리고 가려니 대형견은 받아주는 데가 많이 없고, 안 데리고 가려니 맘이 짠하고... 제주도에 함께 오니, 그런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었고 가족 모두 함께한 더 좋은 여행으로 기억이 된다.



여행하는 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에 아픔 따윈 잃어버렸다. 가족과 함께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다. 그 해 여름, 항암치료로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보다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간 소중한 우리의 추억이 더욱 기억이 생생하다.



그 해 이후로는 양평집을 짓고 주말마다 가느라... 아쉽게도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진 못했다. 올해 가가기 전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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