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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hope Dec 27. 2023

D+6. 하프돔 정복 완료! 꿀 같은 휴식시간

Half Dome - RNFW; Regular Northwest Face


정상에 가까스로 23시간 만에 도착했다.

'드디어 살았다. 그런데 자꾸 눈이 감기네..'라는 생각과 함께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추워서 몸을 떨며, 차가운 바위에게 온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천천히 저 멀리서 동이 트기 시작했다.

빠르게 배낭에 등반 장비를 쑤셔 넣고, 필요한 장비는 착용한 채 하산을 했다.





어둠 속에서 하프돔을 내려가면 매우 위험하다고 전했는데, 왜 다들 그렇게 말했는지.. 하프돔 하산길을 보니 바로 납득이 되었다. 악명 높은 하프돔의 하산길은 등반 못지않게 어렵고 매우 가파르며 미끄러웠다.

낭떠러지 같은 험한 내리막길에 옆에 잡고 내려오라는 듯 난간과 몇 개의 나무 발판이 있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난간의 동아줄을 잡고 남은 체력을 끌어올려 힘겹게 클라이밍 다운을 하다시피 했다.


우리 팀들은 안전을 위해 동아줄(혹은 와이어)에 확보줄을 걸어 내려왔는데, 확보줄 없이 내려오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내려오는 동안 금세 해가 뜨기 시작하며 주변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23시간 동안 등반하며, 하프돔의 가장 어두울 때 등반했다가 마주하는 일출을 정말 경이로웠다.

따뜻하게 비춰주는 햇살이 나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임에도 삼삼오오 몰려드는 관광객들.

새벽에 등산을 시작해서 하프돔 일출을 보기 위해 올라온 듯하다.





우리는 등반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은 얼마나 부지런하기에 벌써부터 하프돔 정상을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일출을 보며 내려가 마음은 기쁘지만, 내 다리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제멋대로 휘청이며 갈피를 잡기 힘든 다리는 내려가는 내내 후들후들 거리기만 한다.




풍경이 너무 멋져 연신 사진을 찍으며 내려갔다. 언제 다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이 거대한 풍경을 마주 봤을 때, 단순히 '멋지다'보다는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동과 감탄이 있다.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이 아름다운 광경들을 만끽하려 했다.





다리는 후덜거렸지만, 무사히 등반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이제는 캠핑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금세 쌩쌩해졌다. 체력과 별개로 정신력은 더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40분 정도 걸어 내려갔을까. 

이제는 하프돔을 크게 돌아 우리가 전날 밤 머물렀던 장소로 1시간가량 걸어 되돌아가야 했다.

해가 떠오르니 여기는 여름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 듯 금세 더워져, 껴 입었던 외투들을 하나씩 벗었다.







대자연 속에 나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지만, 

이런 멋진 곳에서 등반할 수 있다는 감사함과 아름다운 자연을 내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감사함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몸도 마음도 고생을 했지만 이곳에 오길 백번, 천 번, 만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등반을 멈추지 않는 한, 이런 멋진 곳에 올 수 있는 시간들은 많겠지만 기회들은 적을 터.

지금만큼 멋진 순간들을 보낼 수 있을까 싶어 계속 이 시간, 공간 속에 내 마음은 머물러 있었다.

무엇보다 온전히 우리를 위해 희생하며, 이곳에 데려와 준 아버지에게도 팀원들에게도 감사했다.


밤낮을 새며 등반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우린 안전하게 정상에 도달했고 그 덕에 이 아름다운 새벽녘의 요세미티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일지라!




한참 풍경을 구경하다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하프돔 초입에 도착해 간다.




어느새 날은 밝아왔고 정상에서 1시간쯤 내려오니 전날 우리가 비박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어제 오후에는 내려올 줄 알고, 오후에 등반 마치고 먹으려고 챙겨 온 신라면을 꺼내왔다.

만 하루 동안 제대로 된 식사 없이 에너지 겔로만 먹었기에 다들 굶주린 배를 감싸 안고 빠르게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신라면 봉지에 물을 부어 뽀글이를 했고, 다들 이어서 빠르게 라면을 해 먹기 시작했다.


다들 배고팠는지 맛있게 먹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아 절반도 먹지 못하고 아버지께 토스했다. 그래도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으니 조금씩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필수템인 믹스커피도 한 잔 마시고 나니, 온몸에 당이 돌더니 충전 완료!!!!




배를 채우고서 빠르게 장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장비들을 정리하는데 이상하게 우리 캠이 5개 넘게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우리 캠..

노즈를 가기 위해 챙겨 온 소형 캠들이 다 사라진 것이다!

속상하긴 했지만, 비몽사몽으로 등반을 힘들게 하다 보면, 캠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허다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사히 등반 마친 것에 감사하며, 하산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8시경. 하산 시작.


그 짧은 새 하프돔과 정이 들었는지, 막상 하산하려니 아쉬움이 남아 뒤를 계속 돌아보았다.




하산길은 전날 어프로치했던 곳과 동일한 코스로 내려왔다.

하산길 역시 만만치 않았으며, 약 4시간에 걸쳐 부지런히 내려왔다. 어프로치와 하산길이 가장 힘든 하프돔.




라면과 믹스커피를 한 잔 하고 나니, 다 죽어가던 체력이 올라왔다.

내려가는 네 시간 동안 나만 쉴 새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며 내려갔다.

아직은 젊은 피라 그런 것일까? 같이 간 일행들은 지쳐 보이는데 눈치 없는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입에 모터 단 듯이 쉬지 않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어프로치 초입까지 내려왔다.

Mirror Lake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기로 했다.

전 날은 보지 못했던 호수에 비친 바위 모습을 이 날은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정말 멋지다는 말 밖엔!

일행들은 더웠는지, 거침없이 호수로 뛰어 들어가 시원한 물에 몸을 담갔다.



Mirror Lake부터 주차장까지의 거리도 꽤 먼 편이다. 이때부터는 나도 지쳐서 아무런 말 없이 연신 걷기만 했다. 속으로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지 도착하지?' 싶을 때쯤, 저 멀리서 우리가 주차했던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내려올 수 있음에 안도했다.




등반을 마치고서 우리 팀은 점심에 먹을 소고기와 각종 반찬들을 사기 위해서! 곧장 스토어(마트)로 달려갔다.

마트에 간 김에 꿀맛인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모든 피로가 싹 풀렸다.

캠핑장에서 간단하게 밥을 해 먹고, 장비들을 정리했다.

다들 조금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나는 자처하여 팀원들의 빨래를 가지고 빨래방으로 향했다.

빨래하는 동안.. 또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




하프돔 등반을 마치고서,

무사히 등반을 끝내고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장시간 등반하는 게 많이 지치고 힘들며, 졸음을 달래는 데 어려웠지만

한 편으로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경험을 해 볼 수 있었고, 나 자신도 좀 더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남은 등반들도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설레었다!



하프돔 등반을 마치고 내려온 날, 

함께 한 MC, SJ, JE 모두 각자의 스케줄을 위해 헤어져야만 했다.

요 며칠 동안 함께 등반하고 밥 먹고 지낸 시간들이 무척이나 즐거웠는데, 모두 떠난다니 아쉬움이 컸다.

언젠가는 다시 보길 약속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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