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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Dec 10. 2023

봉수지 가는길

천림산 봉수지


천림산 봉수지 가는 날. 춥다는 예보에 완전무장을 하였건만 햇살이 반겨주고 쪽빛 하늘이 배경을 만들어 주었다. 천림산 봉수를 알게 된 건 오래지 않다. 성남에 봉수터가 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 한 달 전 수업 시간에 겨우 들었을 정도다.  교수님이 국가가 관리하는 사적으로 승격되었다고  금토동 가는 날 그곳도 함께 가자고 얘기해 주셨다.


탐방 날을 대비해 천림산 봉수지에 관한 자료도 꼼꼼히 읽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봉수지 발굴을 위해 현장을 누볐던 분을 특별히 모셨다 했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부풀었다.


천림산 봉수지는 달래네 고개에 주차를 하면 가벼운 걸음으로 방문이 가능하다. 오르는 길도 험하지 않다.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택했다면 계단이 많아 힘겨웠겠지만 가뿐하게 도착하니 기분이 좋았다.


봉수지 입구는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부황기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모형이 있다. 조금 오르면 오른편으로 봉수 터가 보인다. 복원이 되어 있는 연조는 4개뿐이었다. 연조는 횃불을 피우는 아궁이를 뜻한다. 4개의 연조 옆에 놓인 돌무더기의 정체가 궁금하던 찰나 오늘의 특별 손님인 윤종준 상임위원장이 한마디 하신다. 가장 크고 온전한 제1연조는 기단부 상태로 보존시켰다고.


천림산 봉수지는 봉수군이 사용하던 건물지가 그대로 있어 4개의 연조와 방호벽 담장 등도 완벽히 복원됐다.

우리나라  680개의 봉수터를 조사했는데 사유지를 제외하고 14개 정도 봉수터를 찾았단다. 그중에 제대로 남아있는 터는 성남이 유일했고 복원 완료 후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재평가 되었다.


 단일봉수로는  유일하기에 국가 사적으로 승격된 거란다. 그렇다면 유네스코 등재까지  되어야하지  않겠냐는 덕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봉수(烽燧)는 군사적 동태를 살피는 수단이다.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신호를 전달하는 통신 체계다. 전화가 없던 시대에 유일한 통신 수단인 봉수는 횃불 봉(烽)과 연기 수(燧)로 쓴다.


천림산 봉수는 부산 다대포진 응봉 봉수에서 시작되는 노선으로 용인 석성산 봉수에서 신호를 전달받아 서울 남산의 경봉수(京烽燧)로 전달된다.


하나부터 다섯 개까지 신호체계에 따라 위급한 정도를 알렸다. 한 개는 평화로울 때, 두 세 개 부터는 적이 접근할 때 , 다섯 개는 접점이 벌어질 때란다. 특히 오진법의 신호체계에 따라 위급한 정도를 알린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셨다.

재미있는  얘기 해 줄까요? 예전엔  TV 안테나를 맞추려면 두 사람이 번갈아 신호를 맞춰야 했는데. 통신 중계탑을 세우려고 일본 전문가를 모셔왔답니다. 비싼 자문료를 들여  구성한 팀들이...봉수대 터를 지목하더래요  조상들의 지혜를 우리가  너무 저평가 했다는 거지요


전국을 다섯 가닥의 직선 노선인 직봉(直烽)과 이 직봉 노선을 거미줄처럼 사이사이 연결하는 간봉(間烽)으로 촘촘한 신호전달 체계를 구성했단다. 이러한 신호전달 체계는 무선통신의 원리와 같으며 세계 최초라고 거듭 강조하셨다


부산을 공격하는 왜구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이곳을 지켰을 봉수군을 떠올려봤다. 부산에서 아침에 올린 봉수 신호가 약 12시간이면 서울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지난한 삶을 생각해 본다.


봉수대 조사를 위해 전국을 누빌때 등산화 두개의 밑창이 닳았고.  고문서  그대로 재현하기위해  이리똥 소똥 등을 힘겹게 구했다는 후일담까지 듣게 되어  좋았다. 열정을 가지고 역사의 현장을  참여한 분께  천림산 봉수의 복원 과정을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탐방이었다.


 다음엔 남산에 가서 천림산봉수를 떠올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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