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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Jan 11. 2024

윤슬멍에 빠져들다

윤슬을 품은 날


목이 칼칼하다. 안하던 운동을 며칠하고 나니 몸살이 오려는지 몸이 쉼을 부른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약한 동작을 취한 뒤 따끈하게 수면 매트의 온도를 올린다. 불청객이 건네는 신호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는 날이다. 평소와 달리 일찍 자리에 누워본다.


반쯤 감기는 눈을 방해하는 소리에 쉬이 잠을 청하지 못한다. 생활 소음이다. 텔레비전과 기타 연주 소리가 오늘따라 달갑지 않은 훼방꾼이 되어 신경을 자극한다.


감기약을 먹었으니 약기운이 돌기를 기다려본다. 눈을 감고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명상이라 칭해야 할까. 낚시를 하듯  기억나는 것을 낚아 올리기로 한다. 그때 입가에 맴도는 단어 하나를 내이게 됐다. 윤슬.


어감이 좋은 단어다. 꽃 이름을 마주한 것처럼 반가웠다. 좋아하는 작가님 글을 읽다가 접한 단어다. ‘수면 위에 윤슬이 그물에 갇힌 물고기떼처럼 요동친다’는 표현을 접하고 순간 멈칫했다. 윤슬을 알지 못해도 이 문장을 대할 때 느껴지는 기시감이 있었다. 핸드폰의 사진앨범을 뒤적였다.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지. 그래 맞아 이때였어.


윤슬에 마음 뺏긴날


그럴 때가 있잖은가. 경이로움 장면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 때.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면 도화지 위에 남길 수 있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음률을 표현해 낼 텐데. 바닷가에서 빛에 비친 물결이 그려내는 그 풍경을 마주했을 때. 한 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찾지 못했다.


윤슬을 검색해 본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한다고 되어있었다. 햇빛이 물에 닿았을 때 빛의 점들이 형성되는 것이란다. 어감이 예뻤다. 수면에 방해될까 싶어 발치에 놓았던 핸드폰을 잡았다.


 핸드폰 앨범 속에서 사진을 찾아본다. 을왕리 둘레길에서 마주한 바다. 태양이 머리 위에 있던 그날은 밟은 색상의 빛이 바다를 비췄다. 잔잔한 물결 위로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나던 광경에 탄성을 자아냈다. 바다가 보이는 나지막한 구릉에서 먼발치의 바다를 관망했었다.


일출을 기다리던 동해 바다의 윤슬도 살폈다. 연한 색감이 바다 위에 길게 그려지는 그 느낌이 좋았다. 태양이 머리 위에 있을 때 보다 색은 옅지만 부들거리는 감촉이 연상됐다. 살랑 바람에 몸을 실은 바닷물이 주름치마를 입은 듯하다.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길처럼 보였고 그 길을 걷고 싶다는 느낌을 주었다.


매끄러운 표면이라면 한 점에 찍혔겠지만  물결을 일으키는 곳에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심하게 불때면 윤슬이 더 멀리 퍼졌다. 모양과 크기가 다양했던 윤슬을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


출렁이는 잔물결에 빛이 닿은 모습을 떠올리니 고요해진다. 주변의 소음일랑 개의치 말라는 윤슬 멍에 빠져든다. 잠을 부르는 윤슬멍이다.


윤슬멍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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